오는 10일 경 강원지역부터 본격적인 김장철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4인 가구 기준 김장규모는 배추 22.1포기, 무 8.7개로 지난해와 비슷할 전망이다.
정부 방침으로 이달부터 시작되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따른 농산물 소비가 급증하지 않는 한 4인 가구의 김장비용은 지난해와 비슷한 30만 원 정도로 예상된다.
올해는 배추와 깐마늘의 유통량이 적어 도매가격이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할 것으로 보이나 건고추와 양파가격은 약보합세를 형성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유통인 등을 통해 김장철 주요 채소류의 수급과 가격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 배추·무 품위 지난해 대비 하락
김장철에 주로 사용되는 가을배추의 최대 주산지인 전남의 생육은 지난해와 비슷하나 강원, 충북지역은 무름병으로 인해 생육이 좋지 않다. 정식 직후인 지난 8월 하순부터 내린 잦은 비 이후 고온으로 대부분의 지역에서 무름병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배추 재배면적은 지난해 김장철 가격하락으로 평년대비 7% 감소한 1만1893ha, 생산량도 평년보다 8% 적은 118만 톤으로 예상된다.
이에 이달부터 다음달까지 배추 도매가격은 평년보다 높은 10kg 상품 기준 7000~8000원 정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고행서 대아청과 배추 경매사는 “중부권의 산지 작황이 좋지 않으나 도매가격이 상승하면 출하작업이 이뤄질 지역이 많기 때문에 특품을 제외한 상품은 8000원에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며 “겉잎이 망가진 것처럼 보여도 속은 멀쩡한 배추들이 많기 때문에 수급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 경매사는 “지난달부터 배추 출하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비축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시장 출하량은 큰 변동이 없다”며 “기상여건이 크게 나빠지지 않는 한 예상보다 배추 가격이 상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경연에서도 배추 품위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큰 폭의 가격상승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수 농경연 농업관측센터 엽근채소팀장은 “강원, 충청지역에는 무름병 피해가 크지만 주산지인 전남지역의 생육은 지난해와 비슷하다”며 “김장철 배추 도매가격을 지난해 6000원보다 소폭 상승한 7000원 정도로 내다본다”고 말했다.
무는 지난 8월 하순 파종기 전북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전북 부안, 고창 등지의 생육이 지난해 대비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지난달 갑작스러운 한파로 성장이 지연되면서 출하시기가 7~10일 가량 연기됐다. 무는 김장철 주로 부안과 고창, 전남 무안, 영암 등 호남지역에서 출하된다.
가을무 생산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37만2000톤 정도로 예상된다. 고랭지 무 생산과잉으로 지난달 도매가격이 낮게 형성됨에 따라 이달과 다음달 출하량이 평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경태 대아청과 영업2팀장은 “무 품위가 좋지 않아도 시장으로 대부분 출하되기 때문에 무 출하량은 적지 않을 것”이라며 “무 도매가격은 20kg 상품이 지난해, 평년과 비슷한 9000~1만 원 정도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 건고추 생육 양호, 양도 많아... 마늘 품위 하락, 도매가 상승할 듯
배추와 함께 김장비용을 좌우하는 건고추는 올해 생육도 양호하고 생산량도 지난해와 평년보다 많다.
건고추의 올해 생산량은 지난해와 평년대비 각각 31.7%, 12.1% 증가한 7만9000톤 정도로 예상된다. 건고추의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7.1% 증가한 3만3373ha다. 이에 김장철 600g 화건 도매가격은 지난해보다 낮은 1만1000원 선을 형성할 전망이다.
건고추의 생육은 지난 8월 중순 이후 잦은 비로 일부 지역에서 병이 발생했으나 전반적인 생육은 지난해 대비 양호하다.
병충해 피해 발생에도 착과수도 지난해보다 많으며 농경연의 표본농가 생육 조사결과 지난해 대비 좋다는 응답이 53.9%를 차지했다.
노호영 농경연 양념채소팀장은 “고추는 수급조절 매뉴얼상 안정단계로 가격이 지난해보다 낮게 형성되고 있으며 이 같은 추세는 김장철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김장철 건고추 화건 가격은 600g이 1만500~1만1000원 정도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마늘의 경우 수확기 내린 잦은 비와 인력부족으로 제때 수확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하품비율이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했다.
마늘은 주로 가공업체를 통해 유통되는데 수율이 좋지 않고 상품의 비율 또한 적어 김장철 깐마늘 가격이 지난해보다 높게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산 난지형 마늘 재고량은 지난해보다 7.8% 감소한 8만4060톤이며 생산량 감소로 입고량 또한 줄었다. 도매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매년 종구비·인건비 상승,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마늘 재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락시장에서 마늘을 판매하는 이능구 동림농산 대표는 “파치라고 말하는 하품의 비율이 높아 깐마늘 작업비도 나오지 않을 정도”라며 “수확시기에 인력이 부족해 밭에 놔둔 마늘이 비를 맞아 품위가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노현철 창성농산 대표도 “시장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마늘이 하품으로 김장철 상품가격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가공업체에서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깐마늘 가격을 높게 책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호영 팀장은 “깐마늘 가공업체에서 수율이 너무 좋지 않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마늘의 생산량과 재고량 또한 지난해보다 적어 깐마늘의 1kg 가격은 지난해와 평년대비 높은 7800~7900원을 형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양파·대파 공급 이상무
양파의 지난 9월 말 기준 재고량은 58만2000톤으로 지난해보다 많다. 출하작업 중 발생하는 감모율도 낮아 품위에도 큰 문제가 없다.
김영권 한국청과 양파 경매사는 “산지 저장량이 많기 때문에 김장철 수급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이달 양파 파종기에 작업인력이 파종인력으로 많이 투입되면 시장 출하량은 일시적으로 적을 수 있다”며 “김장철 양파 도매가격은 1kg당 1000원으로 지난달과 비슷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리인 동화청과 채소4팀 부장은 “김장철에 출하되는 양파는 저장 양파인데 저장량도 많고 가격이 소폭 상승하면 작업도 추가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수급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양파가격은 15kg 상품이 지난해 대비 낮은 1만5000~1만6000원 정도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파는 강원도 지역의 경우 지난달 한파의 영향으로 잎 끝이 타들어가면서 누렇게 변하는 경우가 많다. 오는 10일 정도까지는 강원도 대파의 가락시장 반입량이 전체 대파의 70~80%를 차지하겠지만 10일 이후부터는 전북 완주 봉동지역의 대파가 출하될 전망이다.
배성환 대아청과 대파 경매사는 “강원권의 대파가 주를 이루다가 오는 중순 이후 시작될 김장철에는 호남지역의 대파 출하가 꾸준히 진행될 것”이라며 “대파 1kg 가격은 1100~1200원 정도로 보합세를 형성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편 농식품부는 지난달 29일 김장채소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수급안정 대책에 따르면 배추는 김장 집중시기인 이달 하순부터 다음달 상순까지 시장 출하물량을 평시대비 1.37배 확대하고 수급불안시 정부비축 3000톤과 출하조절시설 물량 3500톤, 채소가격안정제 물량을 방출할 계획이다.
무도 수급불안시 비축물량 1000톤과 채소가격안정제 물량을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고추가격은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나 수급불안시 비축물량 1400톤을 공급하고 깐마늘은 비축물량 1000톤을 김장철에 우선 공급해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방침이다.
김장채소류 할인을 지난해보다 확대해 소비자 비용부담도 완화할 계획이다. 또한 김장 배추·무에 대한 산지 작황점검, 농가 기술지원 강화와 더불어 지난 1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김장채소 수급안정대책반을 가동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