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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금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기다림입니다

윤진성 편집국장   |   송고 : 2026-02-25 09:18:01
최미나(교육학 박사·전주대학교 교육학과 외래교수)

 

요즘 부모들은 아이의 속도 앞에서 자주 흔들린다. 또래보다 빠른지, 뒤처진 것은 아닌지, 지금의 선택이 맞는지 끊임없이 비교하게 된다. 누군가는 앞서가는 것처럼 보이고, 누군가는 유독 느려 보인다. 그 차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에는 안도와 불안이 교차한다. “지금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질문은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문제는 아이의 속도보다 비교가 기준이 된 환경이다. 사회 전체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고, 빠른 성과와 빠른 결과가 능력처럼 여겨진다. 이 흐름 속에서 아이의 성장 역시 같은 잣대로 평가된다. 그러나 발달과 학습에는 각자의 리듬이 있다. 어떤 아이는 빠르게 확장하고, 어떤 아이는 천천히 이해의 깊이를 쌓는다. 속도의 차이는 성장 방식의 차이일 뿐이다.

 

부모의 불안은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왜 이렇게 느려?”, “남들은 벌써 다 했어”라는 말은 존재를 평가받는 메시지로 들린다. 아이는 자신의 리듬을 신뢰하지 못하게 되고, 그 불안은 학습 동기와 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속도를 맞추려는 압박이 커질수록 아이는 도전보다 실수를 피하려 하고, 점차 스스로 선택하고 시도하는 힘을 잃어간다.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속도를 바꾸려는 노력보다 시선을 바꾸는 일이다. 첫째, 아이의 속도를 관찰의 대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언제 집중이 살아나는지, 어떤 방식에서 이해가 깊어지는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결과보다 과정에 말을 걸어야 한다. “얼마나 했니”보다 “어디까지 이해했니”, “어떤 부분이 어려웠니”라는 질문이 아이에게 심리적 안전감을 준다. 셋째, 기다림을 교육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기다림은 신뢰의 표현이며, 아이가 자기 속도를 회복하도록 돕는 가장 강력한 지원이다.

 

부모의 태도는 아이가 자신을 바라보는 기준이 된다. 비교 속에서 자란 아이는 늘 부족함을 먼저 보게 되고, 존중 속에서 자란 아이는 자신의 가능성을 믿게 된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만의 리듬으로 성장해도 괜찮다는 경험이다.

 

아이의 속도는 자원이 될 수 있다. 천천히 가는 아이는 깊이를 만들고, 빠르게 가는 아이는 확장성을 키운다. 부모가 조급함을 내려놓을 때 아이는 비교가 아닌 성장에 집중할 수 있다. 속도를 재촉하기보다 방향을 함께 확인해 주는 것, 그리고 아이의 속도를 믿어주는 것, 그것이 지금 부모에게 필요한 역할이다. 아이가 자신의 리듬을 신뢰할 때, 비로소 배움과 성장은 오래 지속되는 힘으로 자리 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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