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일용직 노동자의 임금 체불 문제는 어느 나라에서나 반복되는 숙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임금 직접지급제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다만 정책 논쟁이 본격화되면서 “한국의 건설 일용직 고용 구조가 해외와 얼마나 다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해외 주요 국가들에는 과연 국내처럼 ‘당일 고용·당일 임금’ 구조가 존재할까. 국내 건설 현장의 일용직 고용은 하루 단위로 이뤄진다. 공정이 바뀌면 인력도 바뀌고, 노동자는 다음 날 일을 장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임금 역시 하루 노동에 대해 당일 지급되는 구조가 오랜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이 과정에서 직업소개업자와 인력중개업체가 현장과 노동자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맡아 왔다. 이들은 선지급 후 정산 방식으로 일당을 지급하며 체불을 최소화해 왔고, 이는 제도 밖 관행이지만, 현장에서 작동해 온 안전판이기도 했다. 정부는 체불을 줄이기 위해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을 통한 임금 직접지급제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임금을 원청 또는 발주 단계에서 관리해 중간 체불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지급 주기가 월 단위를 전제로 설계돼 있고, 계좌 개설과 행정 절차가 필수라는 점에서 당일 임금에 의존하는 노동자들이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체불 방지라는 정책 목표와 기존 고용 구조 사이의 충돌이 본격적인 쟁점으로 떠오른 배경이다.
미국에도 일용직 건설 노동자는 존재하지만, 한국과 같은 당일 고용·당일 임금 구조는 드물다. 대부분 주 단위 또는 프로젝트 단위 고용이 일반적이며, 임금은 주급 지급이 표준이다. 연방노동기준법(FLSA)은 임금 지급 책임을 고용주에게 명확히 부여하고, 체불 발생 시 노동청을 통한 사후 구제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일부 지역에는 데이 레이버 센터나 등록된 중개기관이 있지만, 이들 역시 임금을 대신 지급하기보다는 합법적 알선과 권리 안내에 초점을 둔다.
일본의 건설 현장은 다단계 하청 구조가 뚜렷하지만, 노동자 고용은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다. 일급제와 월급제가 혼합된 형태가 일반적이며, 당일 현금 지급보다는 계좌 이체가 중심이다. 일본은 임금 직접지급보다 원청 책임 강화와 보증 제도를 통해 체불을 예방한다. 하청업체의 지급 능력에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보증보험이나 공제조합이 작동하며, 행정기관이 신속하게 개입하는 구조다. 독일·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는 건설 일용직도 사회보험 체계 안에 포함된다. 고용 계약이 기록으로 남고, 임금은 계좌 이체가 원칙이다. 체불이 발생하면 국가가 임금을 선지급한 뒤 기업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식이 활용된다. 다만 이 모델은 높은 조세 부담과 강력한 행정력이 전제된다. 현금 거래 비중이 높고 단기 고용이 일상화된 시장에서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해외 사례를 종합하면 ‘당일 고용·당일 임금’ 구조는 한국 건설 노동시장의 특수성에 가깝다. 다른 국가들은 임금을 보호하되, 고용 기간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하거나 사회보장 장치를 통해 위험을 흡수한다.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직접지급제 하나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당일 지급이 가능한 예외 규정, 임금대위변제의 제도화, 공공 보증 장치 도입 등 복수의 수단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건설 일용직 임금 보호는 ‘어떤 방식이 옳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구조에서 어떤 방식이 작동하는가’의 문제다. 해외에 없는 구조를 해외 제도로 해결하려 할 때, 현장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제도의 성패는 직접지급제 도입 여부가 아니라, 국내 건설 노동시장의 현실을 얼마나 정교하게 반영했는지에 달려 있다. 임금 보호는 속도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라는 점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결론보다 충분한 검증과 조율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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