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묘한 기시감이 든다. 정책보다 사생활이 먼저 소비되고, 발언의 맥락보다 말실수가 헤드라인이 된다. 누군가의 판단 오류, 감정의 흔들림, 사적인 습관 하나가 순식간에 ‘국민 검증’의 대상이 된다. 정치든 연예든, 심지어 공익을 말하던 사람조차 예외는 아니다. 문제는 진실을 따지는 일보다 조롱이 더 빠르게 확산된다는 점이다. 사실 확인보다 비웃음이 먼저 도착하고, 설명보다 낙인이 먼저 찍힌다. 디지털 광장은 토론장이 아니라 관람석이 되었고, 우리는 타인의 삶을 내려다보며 점수를 매긴다. 그 점수는 클릭 수가 되고, 조회 수가 되고, 결국 돈이 된다.
이 구조 속에서 사생활은 보호받지 못한다. 누군가의 개인적인 선택, 오래된 습관, 미처 정리하지 못한 삶의 단면은 맥락 없이 잘려 나가 소비된다. “공인이라서”, “유명인이니까”, “권력을 가졌으니까”라는 말은 이제 거의 만능 면죄부가 되었다. 하지만 그 순간 우리는 애써 외면한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한 상태로 살아간다는 너무 당연한 사실을. 이 조롱의 문화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의 체력을 갉아먹는 방식이다. 오늘은 남의 실수를 웃음거리로 삼지만, 내일은 그 기준이 더 높아지고 더 날카로워져 결국 우리 모두를 겨눈다. 흠 없는 인간만 설 수 있는 무대에서, 살아남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지금 AI 시대를 살고 있다. 판단은 알고리즘이 하고, 추천은 시스템이 하며, 여론의 흐름조차 데이터로 예측되는 시대다. 기술은 점점 정교해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의 온도는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 이럴수록 분명해지는 질문이 있다. 기계와 인간을 가르는 마지막 기준은 무엇인가. 지능도, 속도도, 기억력도 아니다. 그것은 타인의 삶 앞에서 멈출 줄 아는 태도다. 비웃을 수 있지만 그러지 않는 선택, 공격할 수 있지만 참는 판단. 그 사소해 보이는 차이가 인간을 인간으로 남게 한다. 지금의 사회는 ‘각자도생’이라는 말에 너무 익숙해졌다.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기보다, 왜 넘어졌는지 분석하고 조롱하는 데 더 능숙해졌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신뢰도, 공동체도, 미래도 남지 않는다. 서로를 깎아내리며 버티는 사회는 결국 내부에서 붕괴된다.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은 거창한 도덕이 아니다. 타인의 삶을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무게’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사생활을 소비하기 전에 한 번 더 멈추는 마음, 분노를 공유하기 전에 사실과 맥락을 생각하는 태도.
그것이 사회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고, 때로는 봐주며 살아간다. 완벽함만을 요구하는 사회는 기계에게는 유리할지 몰라도 인간에게는 잔인하다. 기계는 실수하지 않지만, 인간은 실수 속에서 성장한다. AI 시대일수록 분명해진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능력이 아니라 태도다. 타인의 불완전함을 조롱하는 사회는 효율적일 수는 있어도 건강할 수는 없다. 조롱이 일상이 되는 순간, 인간은 스스로 인간의 자격을 내려놓는다. 기계와 경쟁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인간으로 남을 용기가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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