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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nature Column④] 인간은 믿을 존재가 아니고, 그냥 사랑할 존재다

윤진성 편집국장   |   송고 : 2026-01-16 06:46:51
데일리비즈온 Signature Column(이미지=ChatGPT)

 

우리는 너무 오래 인간을 ‘믿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해 왔다. 정치에서는 지도자를 믿으라 했고, 경제에서는 시스템을 믿으라 했으며, 사회에서는 서로를 믿어야 공동체가 유지된다고 말해왔다. 종교는 신을 믿으라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람은 사람을 심판하며 믿음의 자격을 재단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묻는다. 과연 인간은 믿을 존재였던가. 정치는 신뢰를 요구하지만, 늘 실망으로 답해왔다. 선거철마다 약속은 쌓이지만, 임기 중에는 맥락 없이 사라진다. 정치의 언어는 공공을 말하지만, 결과는 늘 특정 집단의 이익에 기울어 있다. 그래서 시민은 냉소를 배우고, 분노를 내면화한다. 문제는 정치가 아니라, 인간에게 ‘완전한 신뢰’를 요구한 구조에 있다.

 

경제도 다르지 않다. 시장은 합리적이라 믿었고, 성장은 정의로울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숫자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다. 효율은 약자를 밀어내고, 경쟁은 연대를 부끄럽게 만든다. 우리는 기업을, 금융을, 기술을 믿으라 배웠지만, 그 속에서 인간은 언제나 비용이었고 변수였다. 경제 역시 인간을 믿는 순간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회는 신뢰라는 이름으로 규범을 만들었다.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다수의 기준을 상식이라 불렀다. 서로를 믿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서로를 감시하는 법을 더 빨리 배웠다. SNS는 연결을 약속했지만, 비교와 혐오를 확산시켰다. 사회적 신뢰는 점점 ‘검증’과 ‘의심’으로 변질되었다.

 

문화는 인간의 민낯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낸다. 예술은 늘 인간의 불완전함을 노래해 왔다. 사랑하고, 배신하고, 후회하고, 다시 기대하는 존재. 문화는 인간을 미화하지 않는다. 대신 말한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고, 종교는 본래 믿음의 언어였지만, 지금은 사랑의 본질을 다시 묻는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신을 믿는다는 말은, 사람을 심판할 권리를 가진다는 뜻이 아니었다. 오히려 연약한 존재를 끌어안으라는 요청이었다. 믿음이 교리가 될 때 인간은 배제되었고, 사랑이 중심이 될 때 비로소 사람이 보였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 인간은 믿을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실수하고, 흔들리고, 상황에 따라 변한다. 이것은 비난이 아니라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은 사랑할 수 있는 존재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불완전하기 때문에. 옳아서가 아니라, 넘어지기 때문에. 신뢰는 조건을 묻지만, 사랑은 존재를 인정한다.

 

정치가 다시 길을 찾으려면 국민을 믿으라고 요구하기보다, 국민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태도부터 회복해야 한다. 경제가 지속되려면 시장을 신뢰하라는 주문보다, 사람을 소모하지 않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 사회가 건강해지려면 서로를 의심하지 말라는 구호보다, 서로를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 종교가 본래의 자리에 서려면 믿음의 우열을 가르기보다, 사랑의 깊이를 묻는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AI와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 우리가 끝까지 붙들어야 할 것은 신뢰가 아니라 연민이다. 정확함이 아니라 따뜻함이다. 인간은 믿을 존재가 아니다. 그래서 실망도 한다. 하지만 인간은 사랑할 존재다. 그래서 다시 손을 내민다. 어쩌면 사회를 지탱하는 힘은 신뢰가 아니라,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사랑의 잔여물인지도 모른다. 그 작은 잔여물이 남아 있는 한, 이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데일리비즈온 Signature Column’은 속보와 클릭을 넘어, 시대의 온도와 사람의 마음을 기록하는 데일리비즈온만의 고유한 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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