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명분으로 예산이 투입되지만, 정작 국민은 정부 정책을 체감하지 못한다. 이는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그리고 그 구조적 한계는 이미 감사원과 국회 예산 당국이 여러 차례 지적해 온 사안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범정부 여론조사 사업은 출범 당시 ‘정책 소통의 허브’를 표방했다. 그러나 지금 이 사업은 범정부라는 이름과 달리 행정 내부에서 고립된 채 정체 상태에 빠져 있다.
나라살림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정과제 인지도는 2022년 89.3%에서 2024년 84.0%로 하락했다. 이는 단순한 인지도 변화가 아니다. 정책에 대한 신뢰와 공감이 동시에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문체부 여론조사 예산은 3년째 동결됐고, 실제 조사 수행 건수는 당초 목표 대비 60% 수준에 그쳤다. 국민과의 접점을 늘려야 할 시점에, 소통 창구는 오히려 축소된 셈이다.
이 같은 문제는 언론이나 시민사회만의 문제 제기가 아니다. 감사원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역시 유사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지적해 왔다. 국회 예결위는 정부 여론조사 사업 전반에 대해 △부처 간 참여 편차 △조사 결과의 정책 환류 미흡 △중복·형식적 조사 운영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실질적인 정책 개선으로 연결되지 않는 여론조사는 예산 낭비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감사원 역시 정책 조사·연구 용역 전반에 대해 성과 지표 부재와 활용 실적 미흡을 문제 삼으며, “조사 결과가 정책 결정 과정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확인할 수 없는 구조”를 반복적으로 지적해 왔다.
문체부 여론조사 사업은 이 두 지적을 모두 비껴가지 못한다. 범정부라 했지만, 참여는 15개 부처뿐으로 현재 중앙정부 48개 기관 중 이 사업에 참여한 곳은 단 15곳에 불과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전체 조사 물량의 35.8%가 문체부 자체 조사라는 점이다. 이는 “부처 수요가 적어서 어쩔 수 없다”는 해명으로 설명될 문제가 아니다. 참여를 이끌 제도적 장치도, 결과 활용을 강제하는 구조도 마련하지 않은 채 자발성만 기대한 설계 자체가 실패했다는 뜻이다.
범정부 여론조사라는 간판 아래, 실제로는 특정 부처 내부 참고자료 생산 시스템으로 축소된 것이다. 예상 가능한 문체부의 반론, 그러나 설득력은 없다. 문체부는 통상 다음과 같은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각 부처의 자율적 참여를 존중한 결과다.”, “질적 조사를 중시하다 보니 건수가 줄었다.”, “조사 결과는 정책 수립에 참고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반론들은 구조적 문제 앞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자율 참여를 강조하면서도 참여 유인을 설계하지 않았다면 정책 설계 실패다. 질적 조사를 강조하면서도 예산 집행률과 정책 반영 사례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성과 부재다.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면서도 어떤 정책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공개하지 않는다면 행정 자기만족에 불과하다.
여론조사는 ‘통계’가 아니라 ‘정치적 책임’이다. 여론조사는 숫자를 만들기 위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그것은 정책 권력이 국민 앞에 책임을 지는 최소한의 장치다. 하지만 현재 문체부 여론조사 사업은 부처 간 칸막이에 갇혀 있고, 결과는 비공개되거나 형식적으로 소비되며, 정책 변화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실종돼 있다. 국민이 모르는 정책은 존재하지 않는 정책이다. 인지도의 하락은 홍보의 실패가 아니라 소통 구조의 붕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조사 확대’가 아니라 ‘구조 개편’ 이제 선택은 분명하다. 여론조사를 유지할 것이라면, △부처 참여를 제도적으로 연계하고 △조사 결과 공개를 원칙으로 하며 △정책 반영 여부를 성과 지표로 관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사업은 더 이상 ‘국민의 목소리’가 아니라 행정 내부의 자기 확인용 통계로 전락할 뿐이다.
민심의 온도는 이미 낮아지고 있다. 감사원과 국회가 던진 경고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문체부가 진정으로 국민과 소통하고자 한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조사 계획이 아니라 여론조사 구조 자체에 대한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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