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대합실 바닥은 차갑다. 그곳에서 밤을 보낸 사람은 안다. 몸보다 먼저 마음이 얼어붙는다는 것을. 스물한 살, 군복을 벗고 돌아온 한 청년은 그 차가운 바닥 위에 앉아 있었다. 돌아갈 집이 없었고, 기대어 울 어른도 없었다. 아버지의 빚보증은 집의 문을 닫았고, 사회는 그에게 “네 몫은 여기까지”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가 한준호였다. 우리는 흔히 그의 삶을 ‘성공 신화’라고 부른다. 그러나 서울역 노숙자의 밤을 ‘신화’로 부르는 순간, 그 밤을 견디지 못하고 사라진 수많은 이름 없는 청년들은 무엇이 되는가. 그래서 이 이야기는 미화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정면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의 인생을 돌려세운 것은 정책도, 제도도 아니었다. 서울역에서 만난 또 다른 노숙자의 말 한마디였다. “일할 데는 있어.” 그 말은 구호가 아니었다. 위로도 아니었다. 살아남는 방법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안내였다. 새벽 3시 반, 신문을 돌리며 그는 다시 인간의 시간으로 돌아왔다. 노동은 그에게 생존이었고, 인간으로 남기 위한 마지막 끈이었다. 이후 항공사 계약직 사원으로 일하며 그는 처음으로 사회의 구조를 보았다. 학벌과 출신이 사람의 가능성을 어떻게 선별하는지, 노력 이전에 이미 정해진 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웠다. 그는 그 선을 넘기 위해 공부를 택했고, 연세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캠퍼스는 낭만의 공간이 아니었다. 주유소 한켠에서 잠을 청하고, 아르바이트로 하루를 이어가는 또 다른 생존의 현장이었다.
MBC 아나운서 합격은 그의 인생에 잠시 햇빛이 들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2008년 언론노조 총파업 이후 그는 9년 동안 마이크를 잃었다. 침묵의 시간은 그를 무너뜨리지 않았지만, 사회의 냉정함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그 시간 동안 그는 작가로, 청와대 행정관으로 버텼고, 결국 정치라는 또 다른 험한 길로 들어섰다. 2020년 국회 입성, 2024년 최고위원 선출. 서울역 바닥에 앉아 있던 청년은 이제 국회 연단에 서 있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 우리가 박수를 쳐야 할 대상은 개인의 ‘불굴의 의지’만이 아니다. 오히려 질문해야 한다. 왜 그는 서울역에 있어야 했는가. 왜 그 나이에 집을 잃어야 했는가. 왜 도움을 청할 시스템은 없었는가.
한준호의 인생은 예외다. 그리고 사회는 늘 예외만을 증명으로 삼아 구조의 책임을 회피해 왔다. “저 사람도 해냈다”는 말은, 해내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의 침묵 위에서만 가능하다. 서울역의 밤을 통과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실패해도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는 사회. 노력 이전에 인간의 존엄이 보장되는 사회. 한준호의 삶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그가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가 성공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너무도 컸기 때문이다. 그의 생존기는 한 개인의 서사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아직 답하지 못한 질문의 기록이다. 여의도의 아침은 밝다. 그러나 그 빛이 서울역의 밤까지 닿고 있는지, 우리는 여전히 자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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