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닫기

종합뉴스 (기자수첩(논평,사설 칼럼,인물.기고))

[마음 칼럼] 미각의 망명, 우리는 무엇을 먹고 있는가?

윤진성 편집국장   |   송고 : 2026-02-28 15:16:29
마음 칼럼 이미지(사진=나노바나나)

 

오늘도 스마트폰 액정 위에서는 육즙이 폭발하고, 초콜릿은 천천히 갈라지며, 치즈는 과장된 소리를 내며 늘어진다. 알고리즘은 우리의 침샘을 정확히 조준한다. 그러나 이상하다. 이토록 풍요로운 영상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왜 더 공허해지는가. 음식은 본래 생존의 물질이자 공동체의 언어였다. 어머니의 밥상, 시장의 소란, 이웃과 나눈 한 그릇의 국은 단순한 칼로리가 아니라 관계의 체온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음식은 혀에서 눈으로 망명했다. 우리는 더 이상 맛을 음미하지 않는다. 대신 ‘보여질 맛’을 연출한다.

 

SNS라는 거대한 전시장은 음식을 하나의 기호로 바꾸어 놓았다. 관음과 과시의 공생 구조 속에서 “내가 무엇을 먹는가”는 곧 “나는 어떤 계층에 속하는가”라는 암호가 된다. 예약이 어려운 레스토랑, 유명 셰프의 코스, 화려한 디저트는 더 이상 미각의 감동이 아니라 사회적 위치의 배지다. 해시태그는 현대의 조미료다. #오마카세 #미슐랭 #파인다이닝 이 단어들은 음식의 맛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나의 상태’를 증명한다. 우리는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을 소비할 수 있는 나 자신을 소비한다.그 순간 음식은 영양소가 아니라 상징(Symbol)이 된다. 카메라 렌즈를 통과한 스테이크는 더 이상 단백질 덩어리가 아니다. 그것은 욕망의 증거물이다.

 

인간의 욕구 단계에서 식욕은 가장 기초적인 본능이다. 그러나 SNS와 결합하는 순간, 그것은 최상위의 인정 욕구로 격상된다. 근사한 한 끼를 올리면 즉각적인 ‘좋아요’가 돌아온다. 인생의 다른 성취는 수년의 인내를 요구하지만, 음식 사진은 단 몇 초 만에 유능감을 보상한다. “나는 먹는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는“나는 보여준다, 고로 존재한다”로 바뀌었다. 타인의 부러움은 달콤한 칼로리다. 하지만 그 칼로리는 소화되지 않는다. 화면 속 박수는 위장을 채우지 못한다. 그저 또 다른 허기를 낳는다. 우리는 존재를 증명받기 위해 먹고, 인정받기 위해 씹는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은 ‘기록’이라는 이름으로 외부에 헌납된다.

 

우리는 너무 쉽게 ‘신’의 자리를 탐한다. 필터를 씌우고, 구도를 잡고, 빛을 조정하며 음식을 지배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인간은 신이 아니다. 그 오만을 무너뜨리는 것은 거창한 철학이 아니다. 단 3일의 굶주림이다. 사흘만 곡기를 끊어보라. 미슐랭의 별도, 플레이팅의 예술도, 체크인의 쾌감도 무너진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깨닫는다. 식은 밥 한 덩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된장국 한 그릇이 얼마나 위대한 은총이었는지. 결핍은 본질을 복원한다. 굶주림은 미각을 정화한다. 화려한 디저트보다 소박한 쌀 한 톨이 더 거룩해지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인간의 자리로 돌아온다.

 

음식은 입으로 들어가 피가 되고 살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화면 속 음식은 눈으로 들어가 시기심과 공허함으로 변한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먹느냐’다. 제철 채소의 서늘한 감촉, 마주 앉은 이의 눈동자, 숟가락이 그릇에 닿는 소리. 진짜 허기를 채우는 것은 화려한 필터가 아니다. 그 시간을 함께 나누는 온기와 감사의 태도다. 문명은 넘쳐나지만, 소화되지 못한 욕망은 우리 안에서 부패한다. 우리는 지금 음식을 먹고 있는가, 아니면 이미지를 삼키고 있는가. 카메라를 내려놓고 한 숟가락을 천천히 음미해 보라. 그 순간 당신의 혀는 묻는다. “당신의 영혼은 지금 진짜 맛을 느끼고 있는가, 아니면 허영이라는 이름의 기호를 씹고 있는가.”

 

 

 


Service / Support
TEL : 010-2898-9999
FAX : 061-772-9003
ydbrudduf@hanmail.net
AM 09:00 ~ PM 06:00
광양본사 : (우)57726 전남 광양시 큰골2길 18(신금리) / 군산지사 : 군산시 산단동서로 246 (케이조선앤특수선 (내) / 장흥지사 : 전남 장흥군 회진면 가학회진로 840-1(진목리) / 곡성지사 : 곡성군 곡성읍 삼인동길21 202호) /문의 TEL : 010-2898-9999 / FAX : 061-772-9003 / ydbrudduf@hanmail.net
상호 : 해륙뉴스1 | 사업자번호 : 311-90-81073 | 정기간행물 : 전남 아-00370 | 발행일자 : 2020년 05월 14일
발행인 : 유경열 / 편집인 : 유경열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유경열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유경열 /
주요 임원:(서울.경인.충청.총괄본부장:장승호)(전남.북 총괄본부장:정영식)(총괄편집국장:이영철)(편집국장:윤진성)(안전보안관 본부장: 서정민)(구조대 본부장: 김성필)(본부장:양칠송, 유상길, 김상호) (사진담당: 이상희) (곡성지사장: 장구호) (총괄사무국장: 박시현)
© 해륙뉴스1.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