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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nature Column①] AI 시대, 언론은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윤진성 편집국장   |   송고 : 2026-01-11 12:32:09
 Signature Column(이미지=ChatGPT) 

 

AI가 기사를 쓰는 시대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속보는 빨라졌고, 문장은 매끄러워졌으며, 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독자들은 점점 더 많은 기사 속에서 무엇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기계가 문장을 만드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진짜 문제는 그 문장을 어떤 생각으로 사용하느냐에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 모든 분야에서 내용보다 먼저 새로운 그릇을 필요로 하고 있다. 정치는 분노를 담기엔 이미 낡았고, 언론은 속보를 쏟아붓기엔 넘쳐 있다. 정보는 늘어났지만, 의미와 맥락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말은 많아졌지만, 제대로 생각된 말은 드물다.  아놀드 토인비는 말했다. 해는 동쪽에서 뜨고, 바람은 서쪽으로 분다고. 이 말의 진정한 의미는 결국, 돈이 많으면 판을 차리면 된다. 그러나 돈이 없을수록 사람들이 모이는 방향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문명은 언제나 자본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생각의 흐름에서 시작됐다. 기술은 그 흐름을 가속할 뿐, 방향을 대신 정해주지는 않는다.

 

우리는 무형의 자산을 너무 쉽게 버린다. 생각, 질문, 맥락, 침묵. 당장 수치로 환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장 먼저 삭제한다. 하지만 뿌리가 없는 나무는 아무리 빠르게 자라도 오래 서 있지 못한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속도만 남고 뿌리가 사라진 언론은 결국 신뢰를 잃는다. 이제 기자는 더 이상 정보를 전달하는 직업이 아니다. 정보는 이미 충분하다. 이 시대에 필요한 역할은 무엇이 중요한지를 말하기보다,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를 가려내는 일이다. 속도 대신 맥락을 남기고, 자극 대신 질문을 남기는 일이다. AI가 문장을 만드는 시대일수록, 인간은 질문을 만들어야 한다. 속도가 지배하는 시대일수록, 느리게 생각하는 힘은 가장 강력한 저항이 된다.

 

기술은 앞서가지만, 방향을 잃은 기술은 문명을 이끌지 못한다. 오늘도 수많은 기사가 생산되고 사라진다. 그러나 끝내 남는 것은 기사의 양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생각의 태도다. 언론의 미래는 더 빠른 기술에 있지 않다. 끝까지 생각하려는 의지, 맥락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태도, 그리고 질문을 멈추지 않는 자세에 달려 있다. AI가 문장을 만드는 시대, 언론이 지켜야 할 것은 결국 인간이 생각해온 가장 오래된 가치들이다.

 

☞ ‘데일리비즈온 Signature Column’은 속보와 클릭을 넘어, 시대의 온도와 사람의 마음을 기록하는 데일리비즈온만의 고유한 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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