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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말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윤진성 편집국장   |   송고 : 2025-12-30 09:52:36

 

말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의 이미지(사진=ChatGPT)

 

연말이 되면 사람들은 유난히 많은 말을 한다. 올해를 정리해야 하고, 내년을 설명해야 하며, 성과와 계획, 이유와 명분을 끝없이 늘어놓는다. 마치 말을 멈추면 한 해가 증발해버릴 것처럼. 그러나 돌이켜보면 우리 삶에서 가장 깊이 남는 순간들은 대개 말이 없던 시간들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창밖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던 저녁,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통하던 침묵, 그저 함께 있었을 뿐인데 마음이 조용히 정리되던 시간들.

 

말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공백이 아니다. 오히려 그 시간에 우리는 가장 많은 것을 느끼고, 가장 솔직한 자신과 마주한다. AI 시대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하라고 요구한다. 의견을 내놓으라고, 입장을 정리하라고, 생산성과 효율로 자신을 증명하라고. 모든 것이 기록되고, 모든 감정이 데이터로 환산되는 시대. 이런 시대일수록 말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은 사치가 아니라 생존에 가까운 휴식이다. 말을 멈춘 자리에서 비로소 마음의 속도가 보인다. 성과로 채우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 설명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납득할 수 있는 순간, 그 고요 속에서 우리는 다시 인간이 된다.

 

연말과 연초의 경계에 선 지금, 굳이 거창한 다짐을 말하지 않아도 좋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계획이 없어도 괜찮다. 올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지 못해도 삶은 이미 충분히 흘러왔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에 우리는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는다. 잘했는지, 부족했는지 따지지 않고 그저 여기까지 온 자신을 조용히 내려놓는다. 새해 역시 마찬가지다. 더 빠르게, 더 많이 말하기보다 조금은 덜 말하며 자신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출발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이 변동불거의 시대에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화려한 말이 아니라 말없이 견뎌낸 시간들인지도 모른다. 연말의 끝자락에서, 그리고 새해의 문 앞에서 잠시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 그 고요 속에서 다음 계절의 마음은 이미 조용히 준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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