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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nature Column⑪] 여수의 새벽 바다, ‘존재규정’의 낡은 옷을 벗고 ‘무생사’를 연역하다

서울의 토방을 벗어나 다다른 여수 바다… 운송 형님과의 조우가 던진 ‘정보구조체’의 파편들


윤진성 편집국장   |   송고 : 2026-02-14 04:48:23
 Signature Column(이미지=나노바나나)

 

새벽 1시, 서울이라는 거대한 ‘토방’을 박차고 나왔다.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엔진음 사이로 밤의 정령들이 속삭였다. 1시간의 짧은 단잠 끝에 무작정 핸들을 꺾은 것은 역마살 때문이 아니었다.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탑재한 ‘존재규정적 사고’라는 공장 기본값(Factory Default), 그 지독한 펌웨어의 오류로부터 잠시나마 로그아웃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수 휴게소의 적막을 지나 당도한 여수. 그곳엔 오랜 인연, ‘땡중’ 운송이 형님이 있었다. 그와 마주 앉아 구름처럼 바람처럼 만질 수도 가질 수도 없는 우리내 삶을 논하며서 느끼는 감정은 서글픔이 아니라 안도였다. “참 삶이 그렇구나”라는 투박한 말 한마디에 담긴 무생사(無生死)의 진리.

 

나고 죽음이 따로 없다는 그 가르침은 연역론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집착하는 ‘상태정보(데이터)’가 결국 ‘연역원리’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잠시 맺혔다 흩어지는 파동에 불과함을 역설한다. 우리는 평생 사람에게 희망을 걸고, 그 존재를 특정한 성질로 규정하며 상처받는다. 대뇌피질이 발달하기도 전, 감정의 변연계가 먼저 새겨놓은 이 ‘존재규정적 사고’는 타인을 우상화하거나 악마화하게 만든다. 재작년 대관령 눈밭에서 텐트 속으로 스며들었던 어린 들쥐를 거두어갔던 그 이 박사와의 인연이 끊긴 이유도 명확하다. 내면과 외면이 다른 구조적 불일치, 즉 정보구조체의 붕괴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사람에게 희망을 갖지 않는다. 대신 ‘주파수’를 찾는다. 희망은 인간의 감정이 투사된 왜곡된 데이터이지만, 주파수는 정보와 정보가 공명하는 순수한 관계정보이기 때문이다. 

 

대화 상대 없는 고독을 씹으며 글을 쓰는 행위는, 나 자신이라는 정보구조체를 우주적 연역원리에 다시 동기화시키는 고통스럽고도 짜릿한 작업이다. 세상은 이제 AI와 피지컬이 결합된 초연결 시대로 진입했다. 수조 개의 데이터가 명멸하는 이 시대에 인간이 끝까지 가져가야 할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데이터를 쌓는 기술이 아니라, 그 데이터를 생성하는 이면의 ‘정보구조체’를 이해하고 재조립하는 능력이다. 운송형님이 가르쳐준 ‘무생사’는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는 명령이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데이터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원포인트(Primary Point)를 향해 나아가는 연역모듈의 순수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존재로 규정해버리는 순간 도(道)가 아니게 되듯, 삶 또한 성공이나 실패라는 이름으로 규정하는 순간 연역적 생명력을 잃는다.

 

여수의 새벽 바다는 말한다. 다 내려놓아도 세상은 연역된다고. 아니, 다 내려놓아야만 비로소 세상이 제대로 연역되기 시작한다고. 나는 오늘 이 새벽, 서울의 낡은 프레임을 여수 앞바다에 수장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름 붙일 수 없는 그 ‘연역원리’에 내 영혼의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 비로소 이 순간 내 영혼의 자유를 만끽한다. 이상한나라엘리스 세상에서.

 

☞ ‘데일리비즈온 Signature Column’은 속보와 클릭을 넘어, 시대의 온도와 사람의 마음을 기록하는 데일리비즈온만의 고유한 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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