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참사나 국가적 비극 이후 애도기간이 선포될 때마다 반복되는 질문이 있다. “이 시기에 정치인은 아무 일도 하지 말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이다. 이 질문은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권한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의 문제다.
결론부터 말하면 애도기간은 정치의 중단을 의미하지 않는다. 국정, 행정, 치안, 외교는 애도 속에서도 멈출 수 없고, 정치의 공백은 곧 국민의 불편과 국가적 손실로 이어진다. 따라서 정치인이 직무 수행을 멈춰야 한다는 요구는 현실적이지 않다.
다만 분명히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해야 할 일’과 ‘자제해야 할 정치 행위’다. 애도기간에도 행정 결재, 재난 수습, 국회 상임위의 필수 입법과 예산 심사, 외교·안보 현안 대응은 지속돼야 한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책무다.
반면 정쟁을 유발하는 공세적 발언, 지지층 결집을 위한 집회와 홍보성 일정, 상대를 자극하는 정치적 퍼포먼스는 자제 대상이다. 애도의 시간에 요구되는 것은 정치의 실종이 아니라 보여주기 정치의 중단이다.
모든 정치인이 일제히 침묵하고 사라지는 것이 애도의 유일한 방식은 아니다. 침묵이 항상 존중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필요한 일을 하지 않는 무책임이 될 수도 있다. 오히려 말의 양을 줄이고, 행동의 무게를 늘리는 것이 성숙한 애도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은 애도를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는 태도다. “애도기간이니 비판하지 말라”는 논리가 권력 감시나 정책 검증까지 봉쇄하는 순간, 애도는 공동체의 슬픔이 아니라 침묵 강요의 수단으로 변질된다.
애도는 정치로부터 도피하라는 신호가 아니다. 해야 할 일은 조용히 수행하고, 하지 않아도 될 일은 멈추며, 불가피하게 말해야 할 때는 절제된 언어로 책임 있게 말하는 것. 그 균형을 지키는 것이 애도기간에 정치인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다.
총괄사무국장 박시현 (gkyh2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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