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가시리, 그리움을 잊는다는 것...9점의 무대가 남긴 더 깊은 울림

사람은 누구나 마음 한켠에 끝내 다 말하지 못한 이름 하나를 품고 산다.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얼굴. 포기하지 않으면 길을 열어주는 MBN 현역가왕3 무대에서 23년 차 트롯 가수 김주이가 부른 ‘가시리’는 그 이름을 조심스럽게 불러낸 노래였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 무대 위에서 꺼내기엔 너무 사적인 감정이었지만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의 마음에 닿았다. 이 노래 앞에서 원 가수 서주경마저 눈시울을 붉혔다. 그건 가창력 때문이 아니라 그리움을 다루는 태도 때문이었다. 김주이의 무대는 완벽하지 않았다. 심사 결과는 10점 만점에 9점. 장은숙 심사위원만이 끝내 선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1점의 빈자리가 이 무대를 더 오래 남게 했다. 인생의 노래는 언제나 한 점쯤 모자란 상태로 완성된다. ‘가시리’는 잘 부른 노래가 아니라 잘 견뎌온 삶의 흔적이었다.

트롯 특유의 꺾기와 기교보다 먼저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떨림이 있었다. 그 떨림은 아버지를 향한 개인의 사연이면서 동시에 이 시대를 살아온 수많은 이들의 공통된 기억이었다. 보내지 못한 말, 돌아오지 않는 사람, 그리고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는 미안함. 트롯이 다시 사랑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속도가 너무 빠른 세상에서 트롯은 우리에게 멈추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속삭인다. “그리워해도 괜찮다.”, “울어도 늦지 않았다.”, “다 채우지 못한 마음도 삶이다.” ‘가시리’는 해원(解寃)의 노래다. 억울함을 푸는 노래가 아니라 눌러왔던 마음을 인정하는 노래다. 그리고 상생(相生)의 노래다. 한 사람의 그리움이 다른 사람의 기억과 만나는 순간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게 된다.

장은숙 심사위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이 무대는 10점이 아닌 9점으로 남았다. 그러나 어쩌면 그 1점의 여백이 있었기에 우리는 이 노래를 더 오래 마음에 담는다. 완벽한 노래는 잊힌다. 하지만 덜어낸 자리에서 울리는 노래는 사람의 마음속에 남는다. 트롯은 여전히 우리 민족의 한을 노래한다. 그리고 오늘, ‘가시리’는 그 한을 조용히 어루만진다. 그리움을 잊는다는 것. 그건 지워내는 게 아니라 노래로 안아주는 일일지 모른다. 9점의 무대가 오히려 10점짜리 울림으로 우리 마음에 남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