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관통한 말 하나를 고르라면, 올해의 사자성어 ‘변동불거(變動不居)’만큼 정확한 진단도 드물다. 세상은 잠시도 머물지 않았고, 정치와 경제, 기술과 여론, 그리고 사람의 감정까지 끊임없이 흔들렸다. 편집국에서 한 해를 돌아보면, 기사의 양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사회의 얼굴이다. 분노는 짧아졌고, 판단은 성급해졌으며, 확신은 커졌지만 경청은 줄어들었다. 변화의 속도는 빨라졌지만, 생각의 깊이는 그만큼 따라오지 못했다.
변동불거는 시대의 이름이자 우리 자신을 향한 질문이다. 우리는 변화 속에서 무엇을 붙들고 있었는가. 요즘 한 법조인의 말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한국 사회는 갈등 폭발 직전입니다. 인생이 망했으니 나라가 망해도 상관없다는 사람이 30%,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이들이 절반 가까이 됩니다.” 이 말은 과장이 아니라 오늘 한국 사회의 정신적 균열을 보여주는 냉정한 자화상이다. 그 뿌리는 깊다. 갈등은 늘 존재했지만, 이를 조정하고 책임져야 할 지도층은 통합보다 분열을, 공공의 선보다 진영의 이익을 선택해왔다.
정치는 국민을 설득하기보다 편을 갈랐고, 권력은 책임보다 계산에 익숙해졌다. 지식인은 양심보다 진영을 택했고, 언론 역시 속도와 자극의 유혹 앞에서 자주 중심을 잃었다. 그 결과 사회 전반에 이런 냉소가 퍼졌다. “누가 집권하든 다 똑같다.”, “결국 자기들만의 리그다.” 이 냉소가 쌓여 “다 망해도 상관없다”는 체념으로, “나만 잘 살면 된다”는 고립으로 변했다. 사회적 신뢰의 토대가 무너진 것이다. 존경이 사라진 사회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성공의 기준이 뒤집혔기 때문이다. 정직함과 성실함보다 속도와 요령이, 원칙보다 결과가 더 높이 평가받는 사회. 부패한 성공은 능력으로 포장되고, 양심은 어리석음으로 취급된다. 이런 환경에서 젊은 세대는 정의를 배우기보다 생존의 기술을 먼저 배운다.
그래서 지금 우리의 위기는 경제의 위기이기 전에 도덕의 위기다. 정치의 위기이기 전에 존경의 위기다. 해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지도층의 자기성찰과 책임 회복이다. 권력의 크기가 아니라 책임의 무게로 존경받는 인물,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신뢰를 쌓는 리더. 법조인·기업인·언론인·학자 등 각 분야의 지도층이 먼저 내려놓고, 먼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때 사회는 다시 존경의 기준을 회복할 수 있다. 동시에 공동체 역시 회복되어야 한다. “나만”의 생존에서 “우리”의 지속으로 시선을 넓혀야 한다. 정치와 언론은 갈등을 증폭시키는 대신 공통의 미래를 설계해야 하고, 학교와 가정은 경쟁보다 연대를 가르쳐야 한다.
AI와 기술이 삶을 빠르게 바꾸는 시대일수록 사람 사이의 신뢰는 더욱 중요해진다. 변동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더 빠른 판단이 아니라 지켜야 할 기준을 분명히 하는 일이다. 모든 변화에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 모든 흐름에 올라탈 필요도 없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속보보다 중요한 것은 맥락이고, 자극보다 필요한 것은 책임이다. 데일리비즈온은 요동치는 시대 속에서도 사람의 삶과 사회의 균형을 놓치지 않는 언론의 자리를 지키고자 한다. 변화를 기록하되, 그 변화에 휩쓸리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붙들고 싶은 최소한의 원칙이다.
새해의 문턱에서 독자 여러분께 한 가지 질문을 남긴다. 세상이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동안, 당신은 무엇을 지켜왔는가. 그 답이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 사소한 일상, 한 사람에 대한 신뢰, 하루를 버텨낸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 그것이 있다면 변동불거의 시대 속에서도 우리는 완전히 흔들린 것은 아니다. 2026년의 시작에서 다시 한 번, 마음의 자리를 가다듬는다. 세상은 내일도 움직이겠지만 언론과 사람은 머물러야 할 곳을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 데일리비즈온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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