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식 논설위원의 말처럼, 외로움은 이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공중보건의 문제다. 담배 15개비만큼 해롭다는 경고가 과장이 아니다. 특히 노년의 외로움은 질병이고, 고독은 사회적 재난이다. 부산의 폐교 50여 곳이 단순한 행정 자산이 아닌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것은 비어 있는 건물이 아니라, 비어 있는 관계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전남 고흥의 산골로 시선을 옮길 필요가 있다. 전기도, 도로도 없던 시절 등짐으로 자재를 날라 세운 점암중학교. 그 폐교가 2005년 ‘남포미술관’으로 되살아난 사례는 단순한 공간 재활용을 넘어선다. 그것은 사라진 기능을 억지로 대체한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본질을 회복한 실험이었다.
남포미술관이 지켜온 것은 화려한 전시 기획도, 자극적인 관광 콘텐츠도 아니다. 바람, 흙, 고요, 불편함. 도시에서 제거된 감각들, 다시 말해 인간이 인간답게 느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남포미술관을 위협하는 것은 ‘콘텐츠 부족’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정직하게 본질을 지켜온 대가다. 접근성, 수익성, 효율성이라는 도시의 기준으로 보면 이 산골 미술관은 늘 부족하다. 그러나 바로 그 ‘부족함’이야말로 오늘날 가장 희소한 가치다.
정달식 칼럼이 제안한 폐교의 미래-교육·생산·보건·관계가 한 공간에서 순환하는 생활 거점—은 남포미술관이 이미 증명해 온 방향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다만 대상이 노인이든, 도시 탈출을 꿈꾸는 중년이든, 지친 청년이든 본질은 같다. 사람은 프로그램보다 ‘머물 이유’가 필요하다. 남포미술관을 살리는 생각은 단순하다. 이곳을 ‘더 유명하게’ 만들 생각이 아니라, 더 조용히, 더 깊게 살아남게 하는 것이다. 체류형 아트 스테이, 별빛 미술관, 자연을 재료로 한 날것의 예술 체험은 모두 수익 모델 이전에 하나의 선언이다. 우리는 속도를 팔지 않는다. 대신 고요를 판다.
우리는 편리함을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감각을 돌려준다. 폐교는 그렇게 쓰일 때 가장 강해진다. 노인을 위한 생활 거점이든, 산골의 예술 성소든, 핵심은 같다. 닫힌 복지가 아니라 열린 삶, 관리 대상이 아니라 관계의 주체로 사람을 대하는 공간. 남포미술관은 묻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살릴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끝까지 지킬 용기가 있는가. “올해도 할랑가 모르것네.” 웃으며 던진 이 말이 농담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 미술관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또 하나의 건물을 잃는 게 아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머물 수 있는 마지막 자리 하나를 잃는 것이다. 도시는 숫자로 설계되지만, 미래는 이런 공간에서 버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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