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전통시장을 둘러볼 때마다 마음이 괜스레 쓸쓸하게 느껴진다. 고흥읍내에 거주한 지도 어느덧 10년, 장날과 평일을 가리지 않고 시장을 찾을 때마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좀 더 북적였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다. 지붕이 있어 비를 맞지 않고도 편안하게 장을 볼 수 있고, 마트보다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식재료를 적당한 양만큼 살 수 있는 곳이 바로 고흥전통시장인데, 이 소중한 생활 터전이 예전만큼 활기를 뽐내지 못하는 듯해 안타까운 마음을 떨치기 어렵다. 주변에는 무료로 이용 가능한 공영주차장이 여럿 있어 접근성도 나쁘지 않지만, 그 장점이 충분히 알려지지 못한 탓인지 주차 공간의 여유가 오히려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가끔은 전통시장 한켠에서 버스킹 공연이 열리고, 포장마차 형태의 간이 판매대가 늘어서며, 잠시나마 시장이 다시 숨을 고르듯 살아 움직이는 장면을 마주할 때가 있다. 천변도로의 한쪽은 이미 노상 주차장처럼 쓰이고 있어, 조금만 질서를 잡아 관리한다면 훨씬 많은 차량이 편리하게 주차하고 시장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날이면 외지 상인들의 차량까지 몰려들어 주변 도로가 더 복잡해지고, 그 불편함이 결국 “전통시장은 번거롭다”는 인식으로 이어지면서, 주민들조차 마트로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일부 점포에서는 고흥사랑상품권은 받으면서도 온누리상품권이나 카드 결제를 받지 않는 가계가 있어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젊은 세대와 외지 관광객에게 “조금은 불편한 시장”이라는 인상을 주는 점 또한 개선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흥전통시장은 여전히 충분한 잠재력을 지닌 공간이다. 지붕이 있는 아케이드 구조, 주변 공영주차장, 천변도로, 그리고 이미 부분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버스킹 공연과 간이 판매대는 “문화가 있는 전통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는 물리적·공간적 기반이 된다. 여기에 청소년과 관광객, 지역 주민이 함께 어울리는 프로그램과 편의 인프라, 그리고 디지털 안내 시스템을 더한다면, 고흥전통시장은 단순한 장터를 넘어 지역 문화와 경제가 동시에 숨 쉬는 열린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다.
무엇보다 고흥전통시장의 활성화는 ‘미래 손님’인 청소년을 시장 안으로 초대하는 것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시장 앞 혹은 중앙광장에 주말·장날 상설 “청소년 길거리 노래방”을 무료로 운영하고, 지역 중·고등학생의 버스킹, 댄스, 동아리 공연과 연계해 청소년이 직접 기획·참여하는 구조를 만든다면, 전통시장은 단숨에 청소년 문화의 무대로 재탄생할 수 있다. 시장 중앙도로 한켠이나 유휴 점포를 활용해 보드게임, 독서코너, 휴대폰 충전, 와이파이 등을 갖춘 “청소년 놀이방·휴게실”을 조성하고, 여기에 시장 미션투어, 장보기 체험, 고흥사랑상품권·온누리상품권 사용 교육 등 전통시장 경제와 직업 세계를 배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결합한다면, 청소년에게 시장은 ‘낡은 공간’이 아니라 ‘배움과 놀이의 공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와 함께 “문화가 있는 전통시장” 운영은 고흥전통시장을 일상적인 문화 향유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할 수 있다. 장날(4일·9일)과 주말마다 국악·농악·버스킹 공연, 고흥유자와 수산물을 활용한 요리 시연, 소규모 플리마켓을 정례화하여, 단순히 장을 보러 오는 공간에서 공연과 체험을 즐기기 위해 찾는 공간으로 전환해야 한다. 고흥우주항공축제와 유자축제 기간에는 ‘축제 연계 전통시장 주간’을 지정해 축제장 셔틀버스에 전통시장 정차를 포함시키고, 시장 내에 미니 우주체험·유자 체험 부스를 운영함으로써 “고흥=우주·유자·전통시장”이라는 통합 이미지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축제의 방문객 흐름을 전통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한다면, 외지 관광객 유입과 지역 소상공인 매출 증대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교통·주차·차량 안내 체계의 정비는 전통시장 이용 경험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다. 현재 시장 인근의 2층 주차장과 천변 어물전 주차장, 그리고 주변 공영주차장을 하나의 “전통시장 주차 안내 맵”으로 정리해, 시장 입구와 주요 도로, 군청 및 관광 홈페이지, SNS에 눈에 잘 띄게 안내해야 한다. 천변도로의 노상 주차 공간 역시 단속과 안내를 통해 질서를 잡으면, 같은 공간에서도 더 많은 차량을 수용할 수 있어 혼잡을 줄일 수 있다. 설날과 추석 명절에는 경찰서, 의용소방대, 자원봉사단과 연계한 ‘명절 주차·교통 안내 인력’을 집중 배치해, 일종의 “명절 교통 관리 모델”을 시범 운영하고, 이를 토대로 토요일 상설 ‘전통시장 교통서포터즈(청소년·대학생 자원봉사)’를 구성해 평상시에도 보행자·차량 안내를 제공한다면, 전통시장 접근성에 대한 이미지는 크게 바뀔 것이다.
관광객 유입을 위해서는 고흥 전체 관광 동선 속에 전통시장을 전략적으로 위치시키는 통합 설계가 필요하다. 고흥관광 공식 채널과 여행 블로그, SNS 등을 활용해 “고흥 1일 코스(우주항공축제·유자 체험·녹동항·해안 관광 + 전통시장 점심·장보기)”를 제안하고, 여행사·숙박업체와 연계한 식사·장보기 패키지를 개발하면 외지인이 전통시장을 자연스럽게 방문하는 흐름을 만들 수 있다. 동시에 고흥사랑상품권과 온누리상품권, 카드 사용이 가능한 점포를 확대하고, ‘상품권 사용 환영 시장’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젊은 소비자와 외지 관광객에게 편리한 소비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상품권 결제 고객을 대상으로 한 스탬프 투어(예: 5개 점포 이용 시 기념품 제공)나 추가 적립 이벤트는 재방문과 매출 증대를 이끄는 실질적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
안내 도우미와 디지털 전환은 시장의 “친절함”과 “편리함”을 책임지는 얼굴이다. 평일과 장날에 시간대별로 배치되는 ‘전통시장 안내 도우미’는 점포 위치 안내는 물론, 추천 먹거리와 인근 관광지, 대중교통 정보를 제공하며, 안전 관리까지 맡는 종합 안내자로 기능할 수 있다. 청소년 봉사단과 은퇴자, 지역 어르신을 함께 참여시키면 세대가 어우러지는 커뮤니티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 동시에 시장 점포 위치, 주차장, 화장실, 관광지 정보를 통합한 간단한 위치 안내 앱이나 웹 기반 지도를 개발하고, 시장 입구와 기둥, 리플릿 등에 QR코드를 부착하면,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시장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장보기 대행·배달 서비스, 알림톡·문자 형태의 스마트 전단, 간편결제 도입 등 기존 전통시장 디지털 전환 사례를 참고해 고흥형 모델로 적용한다면, “불편한 전통시장”이라는 이미지는 “스마트한 전통시장”으로 바뀔 것이다.
타지역 우수사례를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다. 의정부, 광명 등지에서 시행 중인 “청소년 전통시장 체험·홍보대사 프로그램”처럼, 청소년이 직접 시장의 숨은 맛집과 가게, 이야기를 발굴해 브로슈어와 SNS 콘텐츠를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연 1~2회 정례화할 수 있다. 이는 청소년에게는 진로·미디어 체험의 기회가 되고, 시장에는 젊은 감각의 홍보 자료를 제공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낳는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전통시장 미래고객 체험 프로그램, 디지털 교육, 장보기 서비스 지원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연계 신청해 사업비를 확보하고, 상인회를 대상으로 SNS 홍보, 배달앱 활용, 간편결제 교육 등을 체계적으로 진행한다면, 상인 스스로 변화에 적응하고 성장하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이 모든 전략은 단기간에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라, 단계별 로드맵에 따라 추진될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 1단계(1년 차)에는 청소년 길거리 노래방과 놀이방을 시범 운영하고, 안내 도우미와 주차 안내 체계를 구축하며, 설·추석 명절 차량 안내를 시범적으로 시행해 효과를 점검할 수 있다. 2단계(2~3년 차)에는 “문화가 있는 전통시장”을 상설화하고, 관광 코스와 상품권 프로모션, 청소년·관광객 체험 프로그램을 정착시키며, 앱·웹 지도 등 디지털 전환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도입한다. 3단계(3년 차 이후)에는 축제·관광·시장을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하고, 고흥의 다른 읍·면 전통시장으로 성공 모델을 확산시키며, 지역 문화재단과 청소년센터, 상인회가 함께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 지속 가능한 운영 체계를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수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덧붙이고 싶은 점이 있다. 필자는 집 반찬과 양말, 속옷 같은 생활 잡화를 살 때 대형마트 대신 고흥전통시장을 찾는다. 같은 가격이라도 단골 가게에서 계절 과일 한 조각을 권해 주고, 때로는 “조금 더 넣어 줄게”라며 덤을 챙겨 주는 손맛과 인심, 그리고 안부를 주고받는 짧은 대화 속에서 고흥 사람만이 가지는 정(情)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계산대 앞에서 바코드만 찍고 돌아서는 것이 아니라, “어제 산 반찬은 입에 맞았냐”, “요즘 건강은 어떠냐”를 물어 주는 이 따뜻한 문화야말로, 어느 대형마트도 흉내 낼 수 없는 고흥전통시장의 진짜 경쟁력이다.
고흥전통시장은 아직도 충분히 살아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지붕 아래 줄지어 선 가게들, 천변을 따라 이어진 도로, 곳곳에 자리한 공영주차장, 가끔 울려 퍼지는 버스킹의 노랫소리, 그리고 장을 보러 온 이웃에게 슬며시 반찬을 더 얹어 주는 인심까지 이 모든 요소는 조금만 다듬고 연결하면 “문화로 연결되는 행복한 전통시장”의 든든한 토대가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을 단지 ‘싸게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라, 청소년이 머물고, 주민이 만나고, 관광객이 경험하는 “고흥다운 문화의 장”으로 바라보고, 그에 맞는 상상력과 실행을 더하는 일이다. 고흥전통시장이 다시 사람들로 정답게 모여드는 날을 떠올리며, 이 작은 제안을 기고의 형태로 조심스레 내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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