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대합실 바닥에서 밤을 보내던 청년이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섰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삶은 성공 신화라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한국 사회의 가장 날것의 현실을 통과한 기록이다.
1995년, 군 복무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스물한 살의 한준호에게 집은 없었다. 아버지의 빚보증 문제로 문이 잠긴 집, 도움을 청할 곳 없는 현실. 그는 결국 서울역에 내려 노숙 생활을 시작했다. 전주든 서울이든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머물 곳이 없다는 사실만이 분명했다.
삶을 바꾼 것은 거창한 기회가 아니라 서울역에서 만난 한 노숙자의 말 한마디였다. “일할 곳은 있다.” 그 말에 그는 벼룩시장을 뒤졌고, 숙식을 제공하는 신문 배급소에 들어갔다.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신문을 돌리며 그는 거리에서 벗어났고, 동시에 다시 살아야겠다는 감각을 되찾았다.
이후 항공사 고졸 계약직 사원으로 일하며 그는 처음으로 미래를 상상했다. 조종사 인사기록을 정리하다가, 학벌과 출신이 사람을 어떻게 나누는지 체감했고, 그 차별을 넘기 위해 공부를 선택했다. 연세대학교 입학은 기적에 가까웠지만, 입학 이후의 삶은 더 혹독했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모두 혼자 감당해야 했고, 주유소 한켠에서 생활하며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그의 인생은 여기서도 멈추지 않았다.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 창업, 공기업 취업, 그리고 2003년 MBC 아나운서 합격. 그러나 방송가의 탄탄대로 역시 오래가지 않았다. 2008년 언론노조 총파업 참여 이후 그는 9년간 마이크를 잡지 못했다. 이후 작가,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정치에 입문했다.
2020년 국회의원 당선, 2024년 최고위원 선출. 서울역 노숙자였던 청년은 이제 국가의 방향을 논하는 위치에 있다. 이 서사는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미화되기엔 지나치게 가혹한 출발선에서 시작됐다.
한준호의 인생은 묻는다. 누군가는 거리에서 사라지고, 누군가는 기적처럼 살아남는다. 그 차이를 개인 탓으로만 돌려도 되는가. 그의 이야기가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라 성공하지 못했을 수 있었던 가능성이 너무도 컸기 때문이다. 그가 걸어온 길은 한 개인의 역전극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아직도 외면하고 있는 질문 그 자체다.
박시현 정치부 총괄 본부장 (gkyh2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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