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호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후보가 경기도 규제 체계를 전면 재정비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핵심은 ‘규제 완화’라는 단순한 구호를 넘어, 지금의 산업 구조와 기술 환경에 맞지 않는 규제를 다시 점검하고, 필요한 규제는 살리되 불합리한 규제는 과감히 손보는 ‘규제 합리화’다.
공약 이미지에 따르면 한 후보는 ‘경기도 규제합리화위원회 설립’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개별 민원이나 부처별 판단에 맡기는 수준을 넘어, 경기도 차원에서 규제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조정하는 상설 체계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규제 문제는 한 부서의 판단만으로 풀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환경·산업·도시계획·주민 생활이 서로 얽혀 있어 조정기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첫 번째로 제시된 방향은 ‘규제 완화를 넘어선 규제 합리화 실현’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무조건 풀겠다는 접근이 아니라는 것이다. 후보 측 설명대로라면 현재의 기술과 산업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오래된 규제를 수정하고, 미래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정비하겠다는 취지다. 이 표현은 비교적 설득력이 있다. 실제로 지역 경제 현장에서는 예전 기준으로 만들어진 규정이 신산업, 데이터 산업, 첨단 제조, 물류 혁신 같은 새로운 분야와 충돌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은 규제를 없애느냐보다, 지금도 필요한 규제인지 아닌지를 제대로 가려내는 데 있다.
두 번째는 상수원 보호구역 재조정 문제다. 한 후보는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인해 경기 동·북부 지역에서 재산권 제한과 발전 저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이를 과학적 기준으로 다시 살피겠다고 밝혔다. 특히 AI 수질 관리와 수변구역 정비 시스템 등 과학기술을 활용해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보호구역 합리화와 지역 발전을 함께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 대목은 많은 주민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부분이다. 상수원 보호구역은 수질 보전을 위해 필요하지만, 오랜 기간 해당 지역 주민에게는 개발 제한과 재산권 침해 논란이 반복돼 왔다. 따라서 무조건 현행 유지라고 해서 모두가 납득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무조건 해제하자고 해도 공공성이 흔들릴 수 있다. 한 후보의 메시지는 이 둘 중 하나만 택하자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관리 수준을 높여 환경 보전과 지역 발전을 동시에 도모하자는 쪽에 가깝다. 다만 이 공약이 실제 설득력을 얻으려면 어떤 지역을 어떤 기준으로 재조정할지, 수질 안전성 검증은 어떻게 할지, 책임 주체는 누구인지까지 후속 설명이 따라야 한다.
세 번째는 ‘도지사가 직접 책임지는 규제 혁신’이다. 경기도 규제합리화위원회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위원장을 신설하고 민간 전문가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또한 현장의 고통이 즉각 정책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는 규제 개혁이 늘 말로만 그친다는 비판을 의식한 대목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제도 개선 요구가 접수돼도 부서 간 책임이 분산되거나 검토가 길어져 체감 변화가 늦다는 불만이 크다. 이런 점에서 책임 주체를 분명히 하고 민간 전문가를 참여시키겠다는 방향은 현실적인 접근으로 볼 수 있다.
이번 공약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규제 문제가 단순히 기업 편의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규제가 과도하면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막히고, 주민 생활 불편도 커질 수 있다. 반대로 규제가 지나치게 느슨하면 환경 훼손, 안전 문제, 난개발 같은 부작용이 생긴다. 결국 도민이 납득할 수 있는 규제 정책은 ‘무조건 푼다’도 아니고 ‘무조건 막는다’도 아닌, 기준과 원칙이 분명한 조정이다. 한 후보는 이번 메시지를 통해 바로 그 지점을 선점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몇 가지를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 첫째, 규제합리화위원회가 기존 행정조직과 어떻게 다른지다. 새로운 위원회를 만드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상수원 보호구역 재조정이 환경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어떤 안전장치를 둘 것인지가 중요하다. 셋째, 규제 개선의 수혜가 특정 기업이나 특정 지역에만 집중되지 않고 도민 전체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정리하면, 한준호 후보의 이번 공약은 ‘낡은 규제를 시대에 맞게 바꾸겠다’는 방향성을 비교적 분명하게 담고 있다. 특히 경기 동·북부의 오랜 현안인 보호구역 문제를 과학과 행정 책임 체계로 풀어보겠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결국 이 공약의 성패는 구호가 아니라 실행 설계에 달려 있다. 기준이 명확하고, 환경과 안전을 해치지 않으면서, 주민의 재산권과 지역 성장의 길을 함께 열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도민의 공감을 얻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총괄사무국장 박시현 (gkyh2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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