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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아홉 가지 빛깔의 나, 이해가 시작될 때 관계는 달라진다

전주대학교 교육학과 외래교수/대한인식생명교육 사회적협동조합 전임교수
윤진성 편집국장   |   송고 : 2026-01-31 13:28:03
최미나 전주대학교 교육학과 외래교수/대한인식생명교육 사회적협동조합 전임교수

 

우리는 종종 같은 말을 하고도 서로 다른 상처를 받는다.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는 이해받지 못했다고 말하고, 배려의 표현이 오히려 간섭이나 압박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관계가 어긋날 때 사람들은 말투를 바꾸거나 표현을 더 다듬으려 애쓴다. 그러나 소통의 문제는 말의 기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사람들이 세상을 해석하는 기준이 서로 다르다는 데 있다.

 

사람은 모두 같은 현실을 살지만, 그 현실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상황을 마주하자마자 안전한지부터 확인하고, 어떤 이는 내가 존중받고 있는지, 가치 있는 존재로 인정받고 있는지를 먼저 느낀다.

 

또 어떤 이는 관계 속에서 자유와 자율이 지켜지는지를, 누군가는 갈등이 생기지 않는지를 가장 예민하게 감지한다.

 

같은 말이 전혀 다른 감정으로 들리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우리는 흔히 모두가 나와 같은 기준으로 세상을 볼 것이라 가정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오해가 시작된다.

 

에니어그램은 이러한 인간의 차이를 설명하는 심리적 지도다. 흔히 에니어그램을 아홉 가지 성격 유형으로만 이해하지만, 그것은 에니어그램의 일부에 불과하다. 에니어그램의 본질은 사람을 구분 짓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사람이 어떤 지점에서 자동적 반응을 하는지, 무엇이 마음을 흔들고 행동을 촉발하는지를 드러내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에니어그램은 ‘나는 왜 이렇게 반응하는가’를 이해하게 만드는 틀이다.

 

이 지점을 이해할 때 에니어그램은 비로소 성장의 도구가 된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반응을 성격이나 기질로 고정시킨다.

 

“나는 원래 예민해”, “나는 갈등이 너무 힘들어”, “나는 인정받지 못하면 의욕이 사라져.” 그러나 에니어그램은 말한다.

 

그것은 성격의 한계라기보다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반응의 경로일 뿐이라고. 내가 어디에서 자동으로 반응하는지를 알게 되는 순간 그 반응은 더 이상 나를 지배하지 않는다. 선택의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관계 갈등이 반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갈등의 주제는 매번 달라 보이지만 감정의 흐름과 반응의 방향은 놀라울 만큼 비슷하다.

 

늘 설명해도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사람, 관계에서 혼자 애쓰는 것 같아 지치는 사람, 이유 없이 공격받는 듯한 감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이는 각자가 세상을 해석하는 렌즈가 계속 어긋나기 때문에 생기는 반복이다.

 

에니어그램은 이 반복을 멈추게 한다. 상대를 바꾸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반응하는 구조를 먼저 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에니어그램 소통의 출발점은 ‘나를 이해하자’는 데서 시작한다. 내가 어떤 순간에 불안을 느끼는지, 어떤 말에 특히 민감해지는지, 무엇이 충족되지 않을 때 감정이 크게 흔들리는지를 인식하는 순간, 상대의 말에 덜 휘둘리게 된다.

 

나의 반응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볼 수 있을 때, 소통은 의식적인 선택이 된다. 이것이 에니어그램이 관계를 넘어 개인의 성장을 돕는 이유다.

 

사람은 하나의 색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각자는 서로 다른 빛깔을 지닌 존재다. 흰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여러 색으로 나뉘듯, 같은 말도 사람을 통과하며 전혀 다른 의미로 분해된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관계는 훨씬 덜 소모적이 된다.

 

에니어그램은 사람을 단정하기 위함도, 나를 가두는 꼬리표도 아니다. 오히려 내가 나를 오해해 온 지점을 비춰 주고, 반복해 온 반응의 길에서 한 발 비켜 설 수 있게 해 주는 지도에 가깝다.

 

아홉 가지 빛깔을 알게 되면 관계는 이해 가능한 구조로 읽히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모든 변화는 아주 작은 깨달음에서 시작된다.

 

‘아, 내가 여기에서 반응하고 있었구나.’ 그 순간,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조금 더 넓게 이해하게 된다. 그것이 에니어그램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깊고도 강력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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