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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사회)

북한은 두려워말고 기차역을 개방하자 - 이현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동국대학교 행정대학원 대우교수


“서울–평양–베이징 철도 구상, 이재명의 실용외교가 작동하는 방식”
총괄사무국장 박시현   |   송고 : 2026-01-21 14:26:10
이현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동국대학교 행정대학원 대우교수

 

 

북한이 문을 여는 일에는 늘 두려움이 따라붙어 왔다. 외부와 연결되는 순간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은 오랫동안 국경과 통로, 그리고 기차역을 닫아두는 쪽을 선택해 왔다. 기차역을 열자는 말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과의 정상외교 과정에서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한 서울–평양–베이징 구상은 허무맹랑한 교통 계획이라기보다는, 한반도 문제를 현실의 조건 위에서 다시 설계해 보자는 제안에 가깝다. 이상이나 선언이 아니라, 작동 가능한 구조를 먼저 고민하자는 접근이다.

 

물론 이러한 구상이 전혀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2018년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은 이미 동·서해선 철도와 도로 연결,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군사적 보장 대책까지 합의한 바 있다. 같은 해 12월에는 개성에서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도 열렸다. 당시에는 상징적 행사에 그쳤다는 평가가 많았고, 실제 진전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한계도 분명했다.

 

이번 제안이 이전 논의와 구별되는 지점은 출발선에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더 이상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역내 공동이익이라는 인식 위에서 구상이 짜였다는 점이다. 통계를 보더라도 이 현실은 분명하다. KOTRA 집계에 따르면 북한의 대외무역 규모는 최근 연간 약 27억 달러 수준이며, 그중 98%가 중국과의 거래다. 중국을 배제한 채 한반도의 미래를 논의하기 어려운 구조가 이미 굳어져 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방식이다. 이 구상은 철도 하나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을 축으로, 원산갈마 평화관광, 대북 보건의료 협력, 그리고 광역두만개발계획(GTI)로 이어지는 패키지 접근이다. 막혀 있던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겠다는 발상이 아니라, 여러 갈래의 통로를 동시에 열어 신뢰를 쌓아가겠다는 현실적인 설계다.
이 지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외교가 또렷해진다. 이번 제안의 핵심은 구조의 정교함이다. 이념이 넘어선 이해관계이고, 양자 구도가 아니라 다자 프레임이다. 서울–평양–베이징이라는 틀은 북한에는 선택지를, 중국에는 참여할 명분을 남긴다. 누구에게도 일방적인 부담을 지우지 않는 방식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속도에 대한 태도다. 단번의 합의를 약속하지 않았다. 국제 규범과 제재라는 현실을 전제로, 가능한 단계부터 열어 두는 접근이다. 이 제안은 외교란 쇼맨십으로 가득찬 합의문이 아니라, 대화가 다시 가능해지는 조건을 만들어내는 데서 출발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북한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기차역을 개방하자는 말은 체제를 내려놓으라는 요구가 아니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가 확인했듯, 상대를 전복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불가침과 불간섭의 원칙 아래 통치 현실을 존중하자는 이야기다. 철도는 군사시설이 아니라 접촉의 공간이며, 신뢰를 시험하는 입구에 가깝다.
물론 기차역 하나를 연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철도와 관광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가 쌓이는 순서의 문제다.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되, 우리의 원칙과 주권, 동맹과의 조율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하다. 다만 문을 닫아둔 채 버티는 방식이 언제까지 가능한지는, 이제 누구도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모든 문을 한꺼번에 열 필요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열 수 있다는 신호쯤은 한 번쯤 고민해 볼 시점이다. 지금의 한반도는 그 질문 앞에서 너무 오래 멈춰 서 있다.

 

이현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동국대학교 행정대학원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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