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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인터뷰] “1.1%의 식량주권, 생산만 늘린다고 해결될 일인가?”...천익출 한국우리밀농업협동조합 이사장에게 듣는 ‘우리 밀의 생존 전략’

윤진성 편집국장   |   송고 : 2026-01-05 16:46:58
지난 1월 4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위치한 한국우리밀농업협동조합(이하 우리밀농협)에서 천익출 이사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데일리비즈온DB)

 

지난 1월 4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위치한 한국우리밀농업협동조합(이하 우리밀농협)에서 만난 천익출 이사장의 표정은 무거웠다. 정부가 '식량주권'을 외치며 밀 자급률 5% 달성을 공언했지만, 2026년이 밝았음에도 현장에서 체감하는 현실은 여전히 차가운 얼음판 위를 걷는 듯했기 때문이다. 1.1%라는 처참한 자급률 성적표를 앞에 두고, 그는 "생산 지상주의가 오히려 우리 밀의 목을 조르고 있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와 나눈 대화를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Q: 최근 우리 밀 자급률이 1%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현장의 수장으로서 이 수치를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천익출 이사장 (이하 천): "참담한 수준입니다. 밀은 쌀 다음으로 많이 먹는 주곡인데, 자급률 1.1%라는 건 사실상 우리 식탁이 해외 공급망에 완전히 저당 잡혀 있다는 뜻입니다. 정부가 2025년까지 5%를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2024년 실적은 목표치의 절반도 안 되는 4만 톤 수준에 그쳤습니다. 말 그대로 '희망 고문'이었던 셈입니다."

 

Q: 가공 단가와 인프라 격차가 수입 밀과의 경쟁을 가로막는 핵심인가요?

 

천: "그렇습니다. 수입 밀은 거대 자본과 대량 제분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밀가루 1kg당 단가가 우리 밀의 3~4배나 낮습니다. 알곡 수매가부터 보관비, 금융비용, 그리고 영세한 전용 제분소의 높은 가공비가 붙으면 경쟁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일본은 밀 농가 소득의 84%를 보조금으로 보전하며 가격을 맞추고, 전국 300여 곳의 중소 제분소를 기반으로 '지산지소(地産地消)' 공급망을 구축해 자급률을 17%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우리도 '가공 밸리' 구축에 과감히 투자해야 합니다."

 

Q: 조례 제정 등 법적 근거 마련은 어느 수준까지 와 있습니까?

 

천: "최근 전라남도가 '국산 밀 산업 육성 조례(2024.7. 시행)'를 통해 생산 장려와 소비 촉진을 법제화했고, 광주 광산구도 '공공급식 지원 조례'를 통해 우수 식재료 공급의 안전성을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권장'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군 급식이나 공공급식에서 우리 밀 사용 비중을 강제하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재고가 쌓여 창고 보관료로 수억 원을 쓰는 상황에서 농민들에게 무작정 심으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Q: 특히 '노인 건강 급식'에 우리 밀을 적극 추천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천: "초고령사회에서 '먹거리 복지'는 곧 '의료비 절감'입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맞춤형 고령친화식단은 영양불량률을 절반 가까이 낮춥니다. 우리 밀은 수입 밀에 없는 복합다당류 단백질이 풍부해 면역력을 높이고 노화를 억제합니다. 무엇보다 글루텐 함량이 낮아 소화력이 떨어진 어르신들께 최적입니다. 지자체가 노인 무료급식과 밑반찬 배달 서비스에 우리 밀을 도입한다면, 어르신의 건강을 지키고 국산 밀 소비를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천: "식량주권은 구호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2025년 목표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제2차 기본계획은 '생산' 중심에서 '가공·유통·노인 급식 등 소비' 중심으로 완전히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우리 밀 한 그릇은 기후 위기 시대에 대한민국이 생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험입니다. 정부의 과감한 예산 집행과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기자의 시선▶ 정부가 ‘식량주권’을 외치며 밀 자급률 5% 달성을 약속한 시한은 지났지만, 현실은 1.1%에 멈췄다. 실패는 숫자로 이미 확인됐다. 문제는 그 이후다. 정부는 여전히 ‘재배 면적 확대’를 성과로 제시하고, 지자체는 조례 제정에 만족한 채 소비·가공 대책은 현장에 떠넘기고 있다. 생산은 늘었지만 팔 곳은 없고, 재고는 쌓였으며, 보관비는 고스란히 농민의 부담이 됐다. 책임지는 주체는 보이지 않는다.

 

광주 광산구 한국우리밀농업협동조합에서 만난 천익출 이사장은 “가공·유통·공공소비 설계 없이 생산만 독려한 정책이 우리 밀을 구조적으로 고립시켰다”며 “이는 농민의 실패가 아니라 정책 실패”라고 단언했다. 그는 일본이 보조금과 제분 인프라를 통해 자급률 17%를 달성한 사례를 언급하며 “농림부와 지자체 모두 ‘심어라’ 이후를 설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천익출 이사장의 지적은 뼈아프다. 일본이 촘촘한 가공 네트워크와 보조금 제도로 17%의 자급률을 일궈낸 동안, 우리는 '1%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이제는 '심어라'는 지시 대신 '어떻게 건강하게 쓰게 할 것인가'에 대한 국가적 설계를 내놓아야 할 때다. 특히 소화가 잘되는 우리 밀을 노인 건강 급식의 표준으로 삼자는 제안은 인구 구조 변화에 발맞춘 영리한 전략이다. 식량주권은 구호가 아니라 실천으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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