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최근 일련의 정치·사회적 혼란을 겪으며 국가 운영의 안정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해 있다. 제도와 절차는 형식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나,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정책 결정의 속도와 방향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12·3 내란 사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집약적으로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단일 사건 자체보다도, 이후 이어진 대응 과정에서 국가 위기 관리 체계의 한계가 노출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책임 소재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채 논의가 장기화되면서 사회적 불확실성은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행정 절차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위기 국면에서의 판단과 결단 구조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가에 있다. 평시에는 절차적 정당성과 신중한 검토가 중요하지만, 비상 상황에서는 명확한 방향 제시와 책임 있는 결정이 국가 안정의 전제가 된다. 그러나 현재의 대응은 다수의 검토와 조율 속에서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또 다른 구조적 문제는 전략적 판단을 총괄하는 역할의 부재다. 위기 상황에서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선택의 결과를 감당할 수 있는 판단 주체가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국정 운영 과정에서는 이러한 기능이 분산되거나 모호해지면서, 정책 결정이 조정과 관리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로 인해 사회적 논쟁은 장기화되고, 사안의 본질보다는 해석과 공방이 반복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책임 규명과 제도 개선이 지연될수록 국민의 피로도는 높아지고, 국정 전반에 대한 신뢰 회복은 더욱 어려워진다. 역사적으로 국가적 혼란을 조기에 수습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상징성과 실효성을 갖춘 초기 조치가 존재했다. 명확한 기준 설정과 책임 원칙을 통해 사회 전반에 질서 회복의 신호를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는 보복이나 정치적 대립이 아니라, 제도 정상화를 위한 최소한의 과정으로 기능해 왔다.
현재 대한민국 역시 이러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12·3 내란 사태에 대한 신속하고 명확한 정리는 단순한 사건 처리 차원을 넘어, 국가 운영 시스템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판단이 계속 유보될 경우, 혼란은 관리 대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라, 국가가 위기를 인식하고 통제하고 있다는 신뢰다. 그 신뢰는 말이나 설명이 아니라, 일관된 기준과 실행을 통해 형성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행정 절차의 나열이 아니라, 국정 운영의 방향을 분명히 하는 결단이다. 위기 국면에서의 선택은 언제나 부담을 동반하지만, 결단 없는 지연은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역사적 경험은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본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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