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칼랑(Kallang), 한 도시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싱가포르가 스포츠 허브의 이름을 ‘칼랑(Kallang)’으로 바꾼다는 소식은 단순한 브랜드 교체 이상의 울림을 준다. 도시는 때때로 이름을 바꾸며 새로운 시대를 선언한다. 그리고 그 순간, 한 공간이 품어온 기억과 감정이 다시 깨어난다. 칼랑은 오래전부터 싱가포르 시민들의 심장이 뛰던 자리였다. 국가대표 경기가 열리던 날, 관중석을 가득 채웠던 함성 ‘칼랑 로어(Kallang Roar)’는 단지 스포츠가 아니라 공동체가 하나의 마음으로 움직이던 시간이었다. 그 기억을 되살리듯, 싱가포르는 이제 칼랑을 스포츠·엔터테인먼트·라이프스타일·커뮤니티가 어우러지는 도시의 중심지로 다시 세우겠다고 선언했다.

그들이 내세운 슬로건은 “Feel Alive” — 살아 있음의 감각. 도시는 결국 사람이 살아 있다고 느끼는 순간들로 완성된다. 뛰고, 걷고, 응원하고, 웃고, 공연을 보고, 서로를 격려하는 장면들. 칼랑이라는 이름은 그런 ‘살아 있는 도시의 리듬’을 다시 만들겠다는 약속처럼 들린다. 흥미로운 점은, 이 변화가 화려한 건축보다 사람을 향한 감각에 집중한다는 것이다.해안가 산책길, 가족이 쉬어갈 수 있는 스플래시존, 파델 코트, 그리고 커뮤니티가 스스로 축제를 만들어가는 광장까지. 무언가를 새로 짓기보다, 그 공간을 누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중심이 되어 있다.

도시는 결국 사람의 마음을 닮는다. 기억이 쌓이는 곳은 다시 살아나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스스로 빛난다. 싱가포르가 칼랑이라는 오래된 이름을 들고 다시 출발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과거의 영광을 회상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열기와 감정을 지금의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다시 만들어내려는 것이다. 거리의 바람, 경기장의 함성, 아이들의 웃음, 늦은 밤 공연장의 여운, 그리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도시의 중심.

칼랑은 이제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우리는 다시 함께 살아가겠다”는 공동체의 의지를 담은 상징이 되었다. 도시가 이렇게 살아 숨 쉬기 시작할 때, 우리는 공간과 사람이 서로를 어떻게 다시 살리는지 보게 된다. 칼랑의 변화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도시의 심장은 결국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감정의 박동이라는 사실. 싱가포르가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흐름을 통해 우리 도시에게도 같은 질문을 건네게 된다. “당신의 칼랑은 어디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