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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정치)

"깐풍기·유산슬 시켜놓고 단무지만 먹고 가는 국회의원"..서울시공무원노조, 국감 자료폭탄 대응한다

이상희 기자   |   송고 : 2021-10-07 16:42:54
 
2021년 서울시 국정감사장 앞에서 서울시 공무원노동조합원들이 ‘국감 중단’이 적혀 있는 종이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감을 앞두고 국회의원의 과도한 자료제출 요구는 매년 문제로 꼽히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손님이 중국집에 들어온다. 깐풍기, 유산슬, 팔보채부터 시작해 자장면, 짬뽕까지 종류별로 다 하나씩 시킨다. 주방에서는 땀 뻘뻘 흘리며 다 만들어서 낸다. 손님이 단무지만 한 조각 집어먹더니 ‘그냥 안 먹어도 될 것 같아요’라면서 나간다.”

지난달 초 서울시 내부 자유게시판에 ‘국회의원 요구자료’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게시글이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서울시 공무원들이 매년 9~10월이면 1만여 건에 달하는 국회의원 요구자료를 만들어 내지만 정작 실제 감사에서 활용되는 자료는 극소수에 불과한 현실을 비꼰 것이다. 해당 게시글에는 ‘정말 완벽한 비유다’ ‘홀 매니저(부서장)가 손님이 이런 것, 저런 것 시킬 지 모르니까 200개 정도의 세트구성 메뉴판을 만들자고 한다’ 등의 동의 댓글이 달렸다.

또 다른 서울시 공무원이 지난달 30일 ‘3년치 자료 12일 안에…자료요구에 몸살앓는 서울시 공무원’이라는 제목의 언론보도를 첨부한 게시글에는 ‘국회의원 요구자료만 9월 달에 5개 받았다. 더 이상 못 참겠다’ ‘예산하기도 바쁜데 정말 너무 힘들다’ 등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서울시 공무원노동조합(이하 서공노)은 오는 19~20일 국정감사를 앞두고 서울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국회의원 법령을 벗어난 과도한 자료요구 제보를 받는다고 7일 밝혔다.

서공노는 “코로나19 방역업무로 어느 때보다 지쳐있는 상황에서 내년 대선일정까지 겹치며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국회의 온갖 자료요구에 직원들 본연의 업무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면서 “과도한 자료요구나 개인적인 민원해결의 기회로 이용하려는 일부 의원들에 대해서는 함께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의원이 피감기관 감사를 위해 자료요구를 하는 것은 정당한 권한행사에 해당한다. 문제는 업무파악과는 관련성이 떨어지거나 지역구 민원해결을 위한 자료요구도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고위직 공무원은 “자료제출요구 목록을 대강만 살펴봐도 올해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적 목적의 자료요구가 많다”면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지만 매년 이맘때마다 직원들이 본연의 업무보다 국감자료 준비에 매진하는 것은 시민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서울시 주무관은 “6일까지 모든 자료를 제출하라고 해서 주말까지 반납하고 자료준비를 했다”면서 “서울시의회 행정감사 자료만으로도 죽어나는데 조금 숨 돌릴만 하면 국감 자료 준비에 1년이 다 지나간다”고 말했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정감사는 ‘국가위임 사무와 국가가 보조금 등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감사범위를 한정하고 있다. 즉 자치사무는 원칙적으로 국감대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한 서울시 공무원은 그러나 “국감요구 자료 대부분이 지자체 자치사무와 관련된 것이고, 이 같은 법령위반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서공노 관계자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매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제출하는 자료가 1만 건이 넘는다”면서 “지나치게 자기 지역구 민원을 챙기는 자료라던지, 정치적 색이 짙은 자료요구나 자치사무와 무관한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경우 뿐만 아니라 5년치, 10년치 자료를 요구하는 일은 매년 발생하고 있어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령을 위반해 과도한 자료요구를 받은 직원들은 서공노 e메일이나 전화로 제보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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