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구개발(R&D)에 8조 1,188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25% 이상 증가한 역대급 규모다. ‘AI 3강 도약’, ‘과학기술 혁신성장’이라는 표현도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데스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왜 매번 예산은 커지는데, 성과에 대한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가. R&D는 늘었는데, 연구자는 왜 지쳐가는가? 이번 계획에는 기초연구 확대, 연구기간 연장, 평가제도 개선, 실패 용인 같은 익숙한 문장이 반복된다. 문제는 이 문장들이 지난 10년간 수없이 등장했음에도, 연구 현장의 체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여전히 연구자는 과제보다 보고서를 더 많이 쓰고, 도전적인 연구보다 ‘무난한 성공’이 유리한 구조 속에 있다. 평가등급을 없애고 도전성을 보겠다고 했지만, 실패한 첫 번째 대형 과제에 어떤 평가가 내려질지 아직 누구도 확신하지 못한다. AI를 말하지만, 여전히 ‘관리형 R&D’다. 이번 계획은 AI를 거의 모든 분야에 접목한다. AI-바이오, 피지컬AI, AI 반도체, AI 기반 R&D 관리까지. 하지만 여기에는 역설이 있다. AI를 연구 혁신의 도구로 쓰겠다는 동시에, AI로 연구를 더 정교하게 ‘관리’하겠다는 발상이 여전히 강하다.
데이터 기반 R&D 관리, 성과 정량화, 전주기 관리 체계. 이 방향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과도해질 경우 R&D는 다시 ‘통제 가능한 과제 생산 공정’으로 퇴행한다. AI는 연구를 자유롭게 해야 강해진다. 관리 강화가 혁신으로 착각되는 순간, AI 전략은 실패한다. 지역 AX 혁신, 또 하나의 예산 분산이 될 것인가? 4개 권역 AX 혁신거점, 피지컬AI 특화, 지역 자율형 R&D. 방향은 옳다. 수도권 집중형 연구 구조의 한계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도 있다. 그러나 지역 R&D의 실패 역사는 분명하다. 기술이 아니라 행정구역을 중심으로 설계된 사업은 거의 예외 없이 흐지부지됐다.
지역 혁신은 ‘균형 배분’이 아니라 규제 완화, 실증 자유, 데이터 개방이 함께 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AX 거점 역시 몇 년 뒤 “왜 성과가 없었나”라는 보고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8조 원의 진짜 위험은 ‘성공 착각’이다. 예산이 커지면 정책은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큰 돈이 들어간 시스템일수록 방향이 틀리면 수정하기 더 어렵다. AI 3강은 예산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연구자가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구조, 연구성과가 논문이 아니라 산업과 사회로 연결되는 경로, 그리고 정치 일정과 무관하게 유지되는 연구 철학이 있어야 한다.
데일리비즈온은 묻고 싶다. 2026년 R&D 8조 원은 분명 기회인 동시에 이 돈은 연구자를 자유롭게 하는가, 아니면 더 관리하는가? 이 전략은 10년 뒤에도 유지될 수 있는가, 아니면 임기용 설계인가? 우리는 AI를 도구로 쓰는 나라가 될 것인가, AI를 구호로 소비하는 나라가 될 것인가? AI 3강은 선언으로 오지 않는다. 구조가 바뀔 때만, 비로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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