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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주지만, 때론 한순간에 모든 것을 삼킨다"

윤진성 편집국장   |   송고 : 2025-12-24 07:13:55
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주지만, 때론 한순간에 모든 것을 삼킨다(이미지=Google Gemini)

 

비 내린 오후의 여운을 뒤로하고, 지쳐 누운 자리에 바다의 기억이 밀려온다. 수천 마일의 파도를 넘나들던 선박 생활시절, 나는 매일같이 바다의 거대한 침묵을 들었다. 사람들은 흔히 바다가 모든 것을 받아주는 넓은 품이라 말한다. 하지만 내가 본 바다는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수용하는 듯 평온하다가도, 어느 한순간 집어삼킬 듯이 돌변하여 모든 것을 심연 아래로 끌고 내려가는 것이 바다였다. 어제 만난 지인들의 하소연을 묵묵히 들으며, 나는 문득 내가 그들의 바다가 되어야 한다는 강요를 받고 있음을 느꼈다. 사람들은 상대가 바다처럼 넓기를 바란다. 자신의 슬픔, 고통, 녹녹한 불평들을 그저 던지기만 하면 바다가 다 녹여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바다에게도 한계는 있다. 끝도 없이 밀려드는 타인의 감정을 받아내다 보면, 내 안의 해수면도 위태롭게 차오른다.

 

내가 바다 생활에서 송수신했던 수많은 전파처럼, 사람들의 말도 누군가에게는 전달되어야 할 신호다. 하지만 그 신호가 오직 '힘들다'는 주파수로만 고정될 때, 받아내는 이의 마음 수신기는 과부하로 타버리고 만다. 바다가 모든 걸 삼키듯 돌변하는 건, 어쩌면 더 이상 받아낼 공간이 없다는 비명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그 위험한 경고음을 너무도 쉽게 간과하곤 한다. 정작 나도 힘들고 지친 한 사람일 뿐인데, 왜 사람들은 나만 만나면 저마다의 짐을 내려놓는 것일까. 억울함과 피로가 밀려왔지만, 가만히 그들의 젖은 눈을 들여다보니 그 끝에 매달린 것은 결국 '외로움'이었다.

 

사실 인간은 참으로 나약하고 모순적인 존재다. 남의 잔이 빈 줄 모르고 내 잔을 채워달라 칭얼거리는 이기적인 존재 같지만, 결국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 한 줄기 없이는 단 하루도 온전히 서 있을 수 없는 '사랑 존재'인 것이다. 바다가 거친 파도를 일으키는 이유가 결국 지구의 온도를 맞추고 생명을 품기 위함이듯, 우리 인간이 서로를 힘들게 하며 매달리는 이유 또한 역설적이게도 '살고 싶어서', 그리고 '사랑받고 싶어서'다. 우리는 서로에게 바다가 되어주길 원하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가녀린 조각배가 되어 정박하고 싶어 하는 가련한 존재들이다.

 

이제 숙소의 어둠 속에서 내 육신을 뉘며 비로소 나만의 항해를 멈춘다. 오늘 내 마음의 바다에 던져진 타인들의 슬픔은 레테의 강물에 흘려보내려 한다. 바다가 매일 밀물과 썰물로 자신을 씻어내듯, 나 또한 내 안을 비워야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인간은 결국 사랑 없이는 증명될 수 없는 존재다. 비록 오늘 내 잔이 비어있을지라도, 그 빈 잔을 기꺼이 보여줄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상대의 빈 잔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봐주는 그 짧은 찰나가 우리를 짐승이 아닌 '사람'으로 만든다.

 

성탄의 전야, 모든 하소연은 파도에 씻겨가고 오직 사랑이라는 이름의 고요만 남길 바란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바다이고 싶고, 동시에 누군가의 품에서 안식하고 싶은, 어쩔 수 없는 사랑할 존재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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