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참 종교란 무엇일까?...조용한 성찰의 자리

종교가 왜 예전만큼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지 못하는지 생각해보는 이들이 많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종교의 메시지는 때때로 세상의 속도에 묻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종교가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참된 종교가 무엇인지 묻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동양에서는 영성을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의 마음이 이어지는 섬세한 감각으로 이해해왔다. 그 길 위에 선 이들은 시험이나 자격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대신 조용한 태도와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들의 내면을 비춰주었다. 종교인은 앞에 나서기보다, 누군가의 슬픔을 조금 더 깊이 바라보는 이로 여겨졌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종교의 모습은 다소 복잡해졌다. 모이는 사람이 많을수록 성공처럼 보이고, 목소리가 크면 신뢰가 커지는 듯 보인다. 그러는 사이 종교의 본질은 차분한 곳으로 물러나 버렸다. 특히 오늘날에는 ‘내 종교만이 옳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 신념의 진실함을 이해할 수 있지만, 확신이 단단해질수록 다른 이들의 길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지곤 한다. AI와 기술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지금, 잠시만 그 확신을 내려놓고 서로의 길을 조용히 바라볼 여유가 필요해 보인다. 참된 종교는 자기 길만이 진리라고 단정하는 데서 멀어지고, 다른 길에도 나름의 빛이 깃들어 있음을 인정하는 마음에서 시작될지 모른다. 종교는 큰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말보다 태도에서, 태도보다 마음에서 전해지는 작은 울림이 사람들의 내면을 움직이곤 한다.

진정한 종교인은 누군가를 끌고 가기보다, 먼저 자신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 아닐까.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참 종교란 화려한 의식이나 웅장한 건물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상처 앞에서 잠시 멈춰 서는 마음, 다른 이의 아픔을 조용히 헤아릴 수 있는 감각, 서로의 길을 다르게 보더라도 미워하지 않는 여백 같은 마음에 있다. 어쩌면 참 종교는 우리가 매일 스쳐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 바람 한 줄기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소리 없이 우리 곁에 머물러 있을지 모른다. 그 작은 울림에 귀 기울일 수 있다면, 종교는 다시 사람들의 마음에 따뜻한 자리 하나를 만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