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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수 기자의 논평] 말라죽는 정원, 죽어가는 행정


나무 옆에는 낡은 수도꼭지가 박혀있고, 물 대신 동전(세금)이 쏟아져 나와 갈라진 땅으로 허무하게 사라지고...
조경수 정치/사회부 국장   |   송고 : 2025-12-11 09:01:55
                                                                                                                                                             해륙뉴스1 정치부 국장 조경수


공들여 가꾼 정원의 나무가 말라죽는 것은 단순히 물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비전이 메말랐다는 신호이며, 행정의 책임감이 증발했다는 증거다.

 

최근 나주와 함평에서 벌어진 '기증 수목 고사' 사태는 더 이상 특정 지역의 관리 부실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이는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위협과 근시안적 행정이 만났을 때, 우리의 녹색 자산이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비상벨이다.

 

정원은 지금 이원적 위기(dual crisis)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살인적인 폭염과 예측 불가능한 가뭄, 국지성 폭우를 동반하는 '기후의 배신'이다. 과거의 방식대로 물을 주고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다른 하나는 이러한 변화에 둔감한 '행정의 무능'이다. 시민의 선의와 기부금이라는 소중한 자원을 받아들고도, 전문성 없는 주먹구구식 관리와 단기 성과에 급급한 태도로 일관하다 결국 신뢰마저 말라죽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정원을 '물 먹는 하마'라며 예산 낭비의 주범으로 지목하기 시작했다. 존폐 여론까지 고개를 드는 이 현실은 냉혹하지만,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기존의 '보여주기식' 정원 모델은 이미 그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아름답지만 기후에 취약한 외래종을 고집하고, 끝없이 물과 비료, 인력을 쏟아부어야만 유지되는 박제된 풍경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제 우리는 정원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 정원의 존폐를 논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어떤 정원'을 만들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 첫째, '감상의 대상'에서 '생존의 기반'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미래의 정원은 단순히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하는 사치재가 아니다. 도시의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 탄소를 흡수하며, 빗물을 저장하는 필수적인 '녹색 인프라'다. 이를 위해 가뭄과 병충해에 강한 자생종과 토종 식물 중심으로 식재 계획을 전면 재수립해야 한다. 적은 관리로도 스스로 생태계를 이루는 '기후 적응형 정원'만이 막대한 예산 투입의 악순환을 끊고 그 존재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

 

■둘째, '행정 중심'에서 '전문가-시민 협치'로 거버넌스를 혁신해야 한다.

 공무원의 잦은 인사이동 속에서 정원의 장기적인 생명력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조경, 생태, 토양 전문가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이들의 전문적 판단이 행정 절차에 의해 왜곡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나주 사태에서 보았듯이 기증과 참여로 이뤄진 공간일수록 투명한 정보 공개와 사후 관리 보고는 신뢰를 지키는 최소한의 의무다.

 


■ 셋째, '유지 비용'을 '미래 투자'로 재정의해야 한다.
 정원에 투입되는 예산을 단순한 소모성 비용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기후 위기 시대에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잘 가꿔진 정원 하나가 수십 대의 에어컨보다 도시의 온도를 더 효과적으로 낮추며,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정서적 안정감과 공동체 회복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나무 한 그루가 죽는 것은 하나의 생명이 사라지는 것이지만, 정원이 죽어가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돌볼 의지가 죽어가는 것과 같다. 기후 변화의 거대한 파도 앞에서 낡은 행정의 둑을 고집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의 흐름에 맞춰 유연하고 지혜로운 생태적 방주를 만들 것인가. 그 선택의 결과가 우리 발밑의 정원, 그리고 우리가 살아갈 도시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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