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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대한민국 119, 누군가의 ‘마지막 순간’을 붙잡아주는 손

윤진성 편집국장   |   송고 : 2025-11-20 13:56:12

 

그날 밤, 나는 스스로도 믿기 어려운 순간을 지나고 있었다.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이지만, 오랜만에 만난 중국 사업 친구와의 저녁 자리. 가볍게 분위기를 맞추려던 마음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취기의 경계를 넘겨버렸다.

 

신림역. 사람이 많고, 불빛이 많고, 소음이 많은 그곳에서 나는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한순간, 모든 것이 비었다. 정신은 멀어지고, 몸은 힘을 잃고, 내가 나를 붙잡지 못하는 공백의 시간이 찾아왔다. 그때였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른 것도, 나를 부축한 것도 아니었지만, 대한민국의 119는 ‘보이지 않는 눈’처럼 곧바로 나를 발견했다.

 

내가 구조 요청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달려왔다. 누군가의 신고 덕이든, 순찰이든, 혹은 우연이든, 그 빠른 대응은 ‘기적’이라는 단어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119 대원들은 취한 사람 하나 일으켜 세우는 수고가 아니라, 그 사람의 마지막 10초를 구하는 마음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들의 눈빛에서 ‘사람을 살린다’는 사명감이 아니라, ‘한 사람의 생을 지킨다’는 인간적 존중을 보았다. 그들은 나를 흔들어 깨우지 않았다. 나를 혼내지도 않았다.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형제, 누군가의 친구일지도 모를 나라는 한 사람을 그저 조용히, 그리고 단호하게 돌봐주었다.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평소엔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위급한 순간이 찾아오면 119는 “사회가 개인에게 내밀어주는 손”이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대한민국의 119는 단순한 긴급 구조 시스템이 아니다.

 

삶의 균열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달려오는 온도의 기관이며, 한 인간이 다시 ‘나’로 돌아오도록 지켜주는 보이지 않는 등불 같은 존재다. 오늘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위급한 순간을 맞이했을 것이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조용히 그 삶을 붙잡으려 달려가고 있을 것이다.

 

그날 밤 신림역에서 정신을 잃었던 나는 단 한 가지 사실만은 선명하게 기억한다. 119는 국가가 만든 시스템이기 전에, 인간을 향한 가장 깊은 배려의 기제라는 것. 이 시대의 기술은 빠르게 변하고, 세상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지만, 사람을 살리는 일만큼은 여전히 ‘사람의 마음’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이날 나는 그 마음의 체계를 가진 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깊은 감사를 느꼈다. 119는 대한민국의 자존심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그날 밤, 다시 살아 돌아오게 해준 또 하나의 따뜻한 낯선 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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