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8월, 정식으로 국회를 통과해 공포되었지만, 뉴스로 크게 다루어지지 않아 사람들이 잘 모르는 법안이 있다. 바로 ‘스포츠기본법’이다. 스포츠기본법은 모든 국민이 차별받지 않고 자유롭게 스포츠를 누릴 수 있는 권리인 ‘스포츠권’의 보장을 목적으로 한다. 즉, 국가의 스포츠 역량을 높이고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스포츠시설을 조성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한 것이 ‘스포츠기본법’의 핵심이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스포츠정책이라도 스포츠활동을 할 수 있는 시설과 공간이 없다면 정책 체감과 실현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각심 덕분일까? 2022년 현재, 우리나라 국민 1인당 공공체육시설 면적은 4.59㎡/1인으로, 목표기준인 5.73㎡/1인 대비 80.1%가 공급되었다. 그러나 이 통계를 선진국과 비교하면 공공스포츠시설이 충분히 보급되었다고 자신하기 어렵다. 미국, 영국, 일본 등과 같은 선진국의 경우 평균적으로 실내체육관은 1~2만 명, 수영장은 1~4만 명당 1개소를 공급한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실내체육관은 5.3만 명, 수영장은 12.6만 명당 1개소를 보급한 것으로 나타나 선진국 수준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생활체육 선진국인 독일의 사례는 눈여겨 볼 만 하다. 독일은 이미 1961년부터 독일 국민이면 누구나, 어디서나 육상, 수영, 체조 등 스포츠의 기본 종목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170억 마르크를 투입해 스포츠 시설을 확충했다. 또한, 독일체육회의 주도로 ‘스포츠를 통해 체력을 단련하자’, ‘다시 달리자’ 등의 슬로건을 앞세워 대대적인 생활체육 참여 캠페인을 벌였고, 그 결과 2020년 독일체육회에 가입한 회원 수는 3500만명에 달한다. 독일 전체 인구가 8300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독일인 세 사람 가운데 한 명은 스포츠클럽 회원인 셈이다. 공공스포츠시설이 국가와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필요한 필수시설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독일은 막대한 예산과 공을 들여 공공스포츠시설의 기능과 위상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스포츠기본법’의 시대, 우리도 공공스포츠시설을 다각도로 확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문제는 ‘돈’이다. 공공스포츠시설의 건립은 부지 확보, 공사비 등에 필요한 막대한 규모의 예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부담이 공공스포츠시설 조성에만 국한된다고 볼 수 없다.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공간은 우리 사회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한다는, 공공스포츠시설의 긍정적 측면은 충분히 고찰할 만한 가치가 있다.
1961년, 스포츠시설 확충을 위한 계획을 진두지휘했던 독일올림픽위원회 게오르그 폰 오펠 위원장은 ‘막대한 예산을 스포츠에 쏟아붓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리가 막대한 재원을 스포츠시설 확충에 쓰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건강은 인간이 가진 최고의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건강은 국가의 최고 자산이다. 공공스포츠시설을 확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국민의 스포츠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체육회가 한 마음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 노력은 개인을 넘어 국가를 건강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며, 국민의 건강과 행복으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