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눔’이라는 단어는 너무 쉽게 쓰인다. 사진 한 장, 현수막 하나, 일회성 후원으로도 충분히 소비된다. 그러나 그 나눔이 끝난 자리에서, 사람들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한국디딤돌나눔법인의 상임이사 발대식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 자리였다. 이 법인이 내세운 메시지는 단순하다. “돕는 데서 끝내지 말고, 다시 설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 한국디딤돌나눔법인은 일회성 후원, 이벤트성 기부를 분명히 선 긋는다. 대신 ‘구조’와 ‘연속성’을 이야기한다. 경제적 빈곤 하나만을 떼어내 다루지 않고, 건강·정서·교육·권리 문제가 얽힌 현실의 삶 전체를 지원 단위로 본다는 점에서 기존 나눔 법인과 결이 다르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독거노인, 장애인, 한부모 가정, 노숙인. 이들은 통계 속 숫자가 아니라, 여러 위험이 동시에 겹쳐진 채 사회에서 밀려난 사람들이다. 법인은 이들을 “불쌍한 대상”이 아니라 ‘다시 사회로 복귀해야 할 시민’으로 규정한다.
이 법인의 핵심 사업은 명확하다. 장학금 지원은 학업 중단을 막기 위한 중장기 사업으로 설계됐고, 의료 지원은 치료를 미루다 삶 전체가 무너지는 악순환을 끊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수술비·입원비 지원, 재활 보조기구 제공, 심리상담 프로그램은“돈이 없어서 치료를 포기하는 사회”라는 오래된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린다.여성 취약계층을 위한 생리대 지원 역시 시혜가 아닌 기본권의 문제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발대식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결정은 ‘더이음’ 멤버를 대상으로 한 의료·법률 자문 지원이었다. 이는 나눔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다시 묻는 대목이다. 공동체를 만들고, 그 공동체가 다시 서로를 돌보는 구조. 법인은 나눔을 ‘외부로 베푸는 행위’가 아니라 내부에서부터 작동하는 연대의 시스템으로 정의했다. 건강 문제, 법적 분쟁, 권리 침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필요할 때 실제 해결까지 연결하겠다는 구상은 선언에 그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한국디딤돌나눔법인은 통합자세의학회, 한국미디어일보, 셀업유니온, 한국인삼내츄럴 네 개 기관이 동등한 파트너로 참여해 설립됐다. 의료·미디어·기술·바이오가 각자의 영역을 넘어 협업하는 구조다. 상임이사진 역시 명예직이 아니다. 총 17명의 이사들은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실제 사업 설계와 실행을 맡는다. ‘이름만 올려두는 법인’과 거리를 두겠다는 선언이다. ‘디딤돌’은 화려한 이름이 아니다. 그러나 가장 현실적인 이름이다. 누군가를 끌어올리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스스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발을 딛게 해주는 것. 한국디딤돌나눔법인의 출범이 주목받는 이유는 거창한 비전보다 이 담백한 철학 때문이다. 말이 아닌 구조, 감동이 아닌 지속성. 이 법인이 진짜 디딤돌이 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실행이 증명할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하나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이런 질문을 던지는 나눔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나눔이란 무엇인가. 돕고 끝내는 일인가, 아니면 다시 설 수 있게 하는 일인가. 한국디딤돌나눔법인은 우리 사회에 그 질문을 공론의 장에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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