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팔영산 자락 깊숙한 마을. 도로와 전기가 닿지 않던 시절, 여수에서 배로 자재를 실어 지었던 점암중학교는 배움의 기회를 잃은 아이들을 위해 곽귀동 선생이 세운 희망의 학교다. 폐교된 후 2005년, 전남 1호 등록 미술관 ‘남포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난 이 공간은 화려한 조형물이나 현대식 건축 없이도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남포미술관은 자연이 스스로 치유의 주체로 원래부터 ‘자연이 예술을 품는 방식’을 알고 있는 곳이었다. 그 남포미술관이 오래전 국내에서 처음으로 예술의 위로를 소록도에 전한 적이 있다. 지난 2011년, 광주·전남 청년작가 8명을 초청해 소록도병원 본관 로비에서 진행한 기획전 ‘아기사슴, 희망을 나누다’가 그것이다.
황량하던 병원 로비 벽면을 그림으로 가득 채운 날, 임직원과 환우들, 그리고 문화예술에 익숙하지 않던 지역 주민들까지 발걸음을 멈췄다. 휠체어에 앉아 작품을 오래 바라보던 한 환우가 나지막이 말했다. “야…병원에서 그림을 다 보네. 올해도 할랑가 모르것네…” 짧은 탄식 같지만, 그 속에는 ‘예술로 위로받는 인간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외형의 상처는 약과 기계로 치료할 수 있지만, 마음의 상처는 예술이 어루만지지 않으면 결코 낫지 않는다는 사실을 소록도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보여주고 있었다. 그 예술의 향기는 2024년과 2025년 소록도에서 또 한 번 피어났다. 조각·회화 작가 손수정(31) 씨가 소록도 해록예술회 어르신들과 함께 진행한 ‘조각 회화 프로젝트’다.
평생 한센병과 함께 섬에 갇혀 살아온 어르신들이 굳은 손으로 여러 겹의 색을 파내며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 자체가 치유의 기록이었다. 가장 많은 감동을 준 것은 전시된 작은 ‘몽땅칼’이었다.
치료약이 충분치 않던 시절, 서로의 상처와 굳은살을 긁어내야 했던 개인 의료 도구.세월에 닳아버린 그 칼을 이번엔 어르신들이 ‘상처가 아니라 희망을 새기는 도구’로 다시 쥐고 있었다. “초등학교도 못 다니고 섬에 갇혀 살았는데, 이 나이에 미술 선생님을 만나다니… 감사할 뿐이오.” 아흔을 바라보는 한 어르신의 말은, 상처가 얼마나 깊었고 예술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오래였는지를 말해준다.
남포미술관도 지금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전기료도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작은 산골 미술관이 살아남기 위해 붙잡아야 할 것은 ‘화려한 콘텐츠’가 아니라 ‘본질’이다. 남포미술관의 힘은 자연 그 자체다. 가공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고요, 도시가 잃어버린 감각, 밤의 숨소리까지 그대로 예술의 일부가 되는 공간성. 그래서 남포는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네이처 이머시브(Nature-Immersive)’라는 새로운 예술 모델을 꿈꾼다.
작가처럼 머물고, 밤에는 비공개 관람을 하고, 아침에는 숲의 기척과 함께 깨어나는 체류형 예술 숙소. 고립은 불편이 아니라 ‘디지털 디톡스 시대의 가장 큰 가치’가 된다. 빛 공해 없는 고흥의 깊은 밤은 또 하나의 전시장이 되고, 별빛 산책, 그림자 정원, 숲 속 자연 스크린 영화제가 가능해진다. 솔잎 소리, 바람결, 흙과 파도까지-이곳에서는 자연 자체가 예술가로 서는 셈이다. 남포미술관과 소록도는 서로 다른 듯 닮았다. 고립 속에서 상처를 품었고, 동시에 위로의 언어를 만들어냈다. 화려하지 않지만, 이 소박함 속에 오늘의 도시가 잃어버린 감각과 본질이 있다. 그래서 그 말이 다시 떠오른다. “올해도 할랑가 모르것네…”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인생을 살아낸 사람들이 건네는 이 익숙한 말은, 어쩌면 가장 깊은 희망의 방식인지 모른다.
확신할 수 없지만, 그래도 오늘을 살아내는 마음, 그 마음을 예술이 조용히 받쳐줄 때 인간은 다시 일어선다. 남포미술관과 소록도의 예술은 단순한 전시가 아니다. 잊혀진 감각을 되찾는 원초적 성소(聖所)이자, 상처가 예술을 만나 희망이 되는 귀한 장면이 계속되는 곳이다. 사라지기 직전의 가치가 더 깊게 빛난다. 이 작은 섬과 산골 미술관에서 자연과 예술, 고통과 치유, 세대와 시대가 맞닿아 다시 한 번 아름다운 기적이 피어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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