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할랑가모르것네.” 찬 공기가 골목을 파고들던 아침, 이 짧은 말 한마디가 유난히 마음에 오래 남는다. 김장철이면 자연스레 들리던 푸념이자 농담이었지만, 지금은 어딘가 비어 있는 겨울 풍경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는 독백처럼 들린다. 예전의 김장은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을 부르는 의식이었고, 마을을 묶는 약속이었으며, 관계를 확인하는 계절행사였다. 대문은 열려 있었고, 담장은 낮아졌으며, 절인 배추처럼 사람의 마음도 자연스레 서로에게 젖어 들었다.
그러나 지금의 풍경은 달라졌다. 고무대야의 물소리 대신 택배 알림이 울리고, 고춧가루 냄새 대신 포장 비닐 냄새가 먼저 코끝을 스친다. ‘주문 완료’ 버튼 하나로 겨울 준비가 끝나는 세상. 편리해졌지만, 마음은 유난히 더 싸늘해졌다. 정(情)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불편하다고 느껴지기 시작한 건 아닐까. 기다림은 귀찮음이 되었고, 나눔은 부담이 되었으며, 함께하는 시간은 일정표 속의 예외 항목으로 밀려났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정’이 지금은 국경 너머에서 더 또렷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
지난 12월, 일본 오사카 한복판. 전라도에서 건너간 배추와 고춧가루, 젓갈로 김장을 담그는 사람들이 있었다. 재일동포들과 일본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절인 배추를 씻고, 양념을 버무리고, 수육과 김밥을 나누어 먹었다. 낯선 땅에서 펼쳐진 그 풍경은, 정작 우리에게서 사라져 가던 오래된 겨울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그 자리에서 전남 김치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고향을 떠난 사람들에게는 잊고 살던 기억이었고, 일본인들에게는 처음 만나는 ‘사람 맛’이었다. 씹을수록 고소하다는 전라도 말 ‘게미’처럼, 그 속에는 묘하게 오래 남는 마음의 맛이 담겨 있었다.
우리는 지금, 너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속도는 빨라졌고, 배송은 정확해졌고, 일상은 효율적으로 정리되었다. 하지만 정작 사람의 체온은 점점 기록되지 않는 데이터가 되어버렸다. 그러는 사이, 전라도는 바다를 건너 그 온기를 지켜내고 있었다. 우리가 잊어가던 김장의 풍경을 일본 땅에서 다시 펼쳐 보이며, 한 끼의 음식으로 관계를 잇고, 문화를 전하고, 마음을 나누고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사라져버린 걸까, 아니면 잠시 잊어버린 채 너무 오래 바쁘게 달려온 걸까.
올해도… 할랑가모르것네. 집에서는 못 해도, 마당은 없어도, 사람 모이기는 어려워도.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정과 함께 담그는 김장의 방식은 사라진 게 아니라,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는 것. 겨울 바람이 차가울수록, 그 온기가 더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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