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고흥의 끝자락,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섬 소록도(小鹿島). 멀리서 보면 아기 사슴을 닮은 평화로운 풍경이지만, 그 해안선 안쪽에는 대한민국 근현대사가 외면하고 싶어 했던 가장 처절한 '육신의 감옥'이 존재한다. 우리는 이곳을 아름다운 풍경으로 기억할 것인가, 아니면 찢긴 살점과 억눌린 비명으로 기억할 것인가. 육신에 갇힌 영혼의 유배, 한센병이라는 천형(天刑)은 단순한 질병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회적 타살이자 정신적 유배였다.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진 강제 격리와 노역, 그리고 인간의 존엄을 뿌리째 흔들었던 단종 수술과 낙태. 소록도의 붉은 벽돌 뒤에는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영혼들의 절규가 이끼처럼 끼어 있다.
인간의 정신은 육신이 무너질 때 함께 무너지는가, 아니면 비로소 깨어나는가. 소록도의 한(恨)은 단순히 신체적 고통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다. '나를 나로 인정하지 않는 세상'의 시선에 맞서, 썩어가는 손가락으로도 삶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던 그들의 숭고한 정신력이 오히려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보이지 않는 감옥, 현대판 소록도. 오늘날 우리는 소록도의 장벽이 허물어졌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 마음속에는 여전히 수많은 '소록도'가 존재한다. 타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 보이지 않는 계급의 벽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정신을 유배지로 보내고 있다. 과거의 소록도가 육신을 가두었다면, 현대의 소록도는 인간의 정신과 연대를 가두고 있는 셈이다.
소록도에서 들려오는 '영혼들의 소리'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온전한 육신 뒤에 건강한 정신을 품고 있는가?" 영혼의 소리에 응답할 시간, 이제 소록도의 한은 박제된 역사가 아니라, 우리 시대의 보편적 인권과 정신적 회복을 위한 죽비(竹篦)가 되어야 한다. 마리안느와 마가렛 간호사가 보여주었던 헌신은 단순한 봉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문드러진 육신 너머에 있는 '고귀한 영혼'을 알아본 정신의 공명이었다. 우리는 이제 소록도의 파도 소리에서 슬픔만을 읽어내지 말아야 한다. 그 깊은 한을 딛고 일어선 인간 정신의 위대함을, 그리고 다시는 그런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서늘한 각성을 읽어야 한다. 육신은 스러져도 영혼의 소리는 바다를 건너 오늘날 우리들의 무뎌진 양심을 날카롭게 할퀴고 있다.
그 소리에 응답하는 것, 그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가 소록도의 영혼들에게 빚을 갚는 유일한 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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